개성공단 기업인들이 이르면 이달 말 공단을 방문해 2년8개월간 가동이 중단된 공장 시설을 둘러볼 전망이다. 통일부는 24일 개성공단 기업 관계자의 방북을 북측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방북이 개성공단 재가동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지만, 남북 정상이 지난달 평양에서 합의한 개성공단 정상화의 신호탄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정부는 개성공단에 투자한 기업인들의 자산 점검을 위한 방북 문제를 북측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개성공단 기업인이 최근까지 모두 6차례 방북을 신청했고, 동절기를 앞두고 설비 점검 필요성이 있어 국민 재산권 보호 차원에서 방북을 추진한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현재 남북은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사흘간 개성공단 기업인이 현장을 점검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방북단 규모는 150여명이 될 예정이다.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협회에 등록된 제조기업 123곳과 편의점, 식당 등 영업기업 30여곳이 방북하게 될 것”이라며 “각사 1인씩, 3개조로 나눠 하루씩 현장을 둘러보는 계획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방북 추진 계획은 오늘 아침에야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개성공단 기업인 방북 추진이 공단 재가동 신호탄 아니냐는 전망이 많지만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대북 제재 완화라고 하는 것이 해결되지 않는 이상 재가동은 있을 수 없다”고 일축했다. 정부는 이에 대해 미국과도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개성공단 문제는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외교부를 통해 미국 측과 협의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도 이번 방북에 대해서는 긍정적 반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최근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남북 경협 추진으로 미국과의 이견이 더 커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전날 정부가 ‘9월 평양공동선언’을 국회 동의 없이 비준한 것과 맞물려 정치권에서의 논란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외교 소식통은 “기업인 방북 자체가 대북 제재를 위반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제사회의 제재 기조와 결이 다른 것도 사실”이라며 “남북 관계 발전으로 북·미 관계를 선순환시키겠다는 정부 의지는 이해하지만 한·미 간 입장차가 벌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7월 시작해 9월 완료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보수 공사비용으로 97억8000만원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무소와 숙소 보수에 79억5200만원, 정·배수장 등 지원시설 보수에 16억6000만원, 감리비 1억6800만원이 소요됐다. 지역 특성상 인건비에 ‘위험수당’과 개성까지의 출퇴근 비용 등이 포함돼 공사비가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게 정부 설명이지만 개보수 비용치고는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통일부는 지난 7월 초기 개보수 사업비 8600만원을 남북협력기금으로 지원하는 안건을 의결했고 나머지 비용은 사후 정산키로 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