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전문가들이 미국 증시의 추락은 개별기업 현안과 연관성이 크다고 투자자들을 다독이고 나섰다. 하지만 23일(현지시간)부터 공개되기 시작한 미국 주요 기업의 3분기 실적은 미·중 무역전쟁, 기준금리 인상이 타격을 주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뉴욕증시는 오전 한때 다우지수가 500포인트 넘는 폭락을 기록하는 등 출렁였다. 다우지수는 장 막판에 낙폭을 줄여 125.98포인트(0.50%) 하락으로 마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미 증시 하락을 주도한 종목은 캐터필러와 3M으로 각각 7.6%, 4.4% 떨어졌다. 두 기업의 실적부진 이유로 인력 부족에 따른 인건비 상승, 무역전쟁 비용 상승 등이 꼽힌다.
캐터필러는 내년부터 토목공사 장비 가격을 1∼4% 정도 올리면 관세 비용을 상쇄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시장에선 지난달 말 주문액수가 177억 달러에서 1분기 만에 4억 달러 떨어진 점을 경기 하강의 신호로 받아들였다. ‘포스트잇’으로 유명한 다국적기업 3M은 아시아·태평양을 제외하고 전 세계 매출이 감소했다면서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를 4% 하향조정했다.
무역전쟁은 미 증시에서 에너지, 원자재, 산업재 등 경기민감주의 하락을 부추긴다. 산업재 주가는 이달 들어서만 10% 떨어졌다. 원자재 주가는 1월 고점 이후 하락률이 20%에 육박한다. 여기에다 소비재 기업들이 무역전쟁 비용을 소비자가격으로 전가해 물가상승을 주도하면서 경기를 끌어내릴 수 있다. 금리인상과 무역전쟁이 미국에 부메랑이 되고 있는 셈이다. 이를 우려한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산층에 대한 세금 감면안을 발표하는 등 민심잡기에 나섰다.
블룸버그통신은 금리인상과 무역전쟁이 미국의 ‘골디락스 경제’를 종료시키는 요소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12월 추가 금리인상 이후 장단기금리 역전현상이 발생하면 향후 1년 안에 경기 침체가 진행된다는 우려도 제기된다고 전했다.
금리인상과 무역전쟁은 이미 글로벌 금융시장을 흔들고 있다. 24일 국내 증시에서 코스피지수는 0.4% 떨어진 2097.58로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는 2.74% 떨어진 699.30으로 700선에서 이탈했다.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는 점이 뼈아프다. 외국인은 코스피시장에서 5거래일째 순매도를 이어가면서 1조200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키움증권 홍춘욱 투자전략팀장은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한 가운데 한국 증시에 별다른 모멘텀(상승동력)이 없다는 점이 외국인의 자금 유출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동훈 선임기자, 나성원 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