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9월 평양공동선언 및 군사분야 합의서 비준을 “위헌적 행위”로 규정했다. 헌법이 보장한 국회의 동의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헌법 제60조 1항은 안전보장이나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의 체결·비준에 대한 국회 동의권을 부여하고 있다. 평양선언 등이 명백히 이에 해당함에도 청와대가 남북 관계 개선 조급증 탓에 국회와 법적 절차를 무시했다는 게 한국당 주장이다.
청와대는 24일 헌법 60조상의 ‘조약’은 국가 간 합의를 뜻하는 것으로, 북한은 우리 헌법과 법률체계에서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북한과 맺은 합의 역시 조약이 아니라는 논리를 댔다.
이에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청와대가 4·27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동의를 요구한 순간 이미 북한과 국가 간 관계에 준한 법적 행위를 인정한 것”이라며 “북한이 헌법상 국가냐 반국가단체냐 하는 문제보다 평양선언과 군사합의서 내용이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국가 안위에도 중대한 사안이라는 게 본질”이라고 맞섰다. 김 원내대표는 “문재인정부는 교과서에서 대한민국이 한반도 유일의 합법 정부라는 조항을 삭제했으며, 문 대통령은 (평양에 가서) 스스로 ‘남쪽 지도자’라면서 북한을 사실상 정부로 인정하지 않았느냐”고 따졌다.
이런 공방에 대해 헌법재판연구원장을 지낸 김문현 이화여대 명예교수는 “국제법적으로는 북한과의 관계를 국가 대 국가로 봐야 할 때가 있고, 남북 간 사이에서는 과연 국가 관계로 볼 수 있는지 부딪히는 부분이 있다”며 “다만 묘하게도 그동안 보수 쪽에서 북한을 국가로 안 봤는데, 지금은 (진보적) 정부가 북한이 국가가 아니라고 한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상태에서 후속 합의 성격의 평양선언을 먼저 비준한 것은 남북관계발전법 제21조 3항(남북합의서 체결·비준에 대한 국회 동의권) 위반 행위라는 주장도 거듭 내놨다. 김 원내대표는 이를 “애 낳기 전에 출생신고부터 한 상황”이라고 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남북관계발전법은 남북 간 합의에 대해 법적 구속력을 주기 위해 제정된 것”이라며 “헌법 60조에 준해서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거나 입법사항에 관한 것은 국회 동의를 받으라는 취지로, 이 법 역시 헌법이 정한 범위를 벗어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무엇보다 우리 안보의 최대 위협이 북한과 북핵 위기인데, 이 문제를 국회 동의나 통제를 받지 않고 가겠다는 식의 청와대 발표는 굉장히 위험한 주장”이라고 설명했다.
지호일 이종선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