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정상 아닌 실무급 종전선언도 검토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정부가 6·25전쟁 종전선언을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 정상이 아닌 장관급 등 실무선에서 하는 방안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정부는 3자 또는 4자 정상이 한자리에 모여 한반도 종전선언을 하고 평화체제로의 전환을 논의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하지만 정부는 최근 북한 비핵화 실무협상이 미뤄지고 2차 북·미 정상회담도 연내 개최가 사실상 어려워지면서 비핵화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이런 방안에 대한 검토를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경우 관련국의 장관 또는 군 수뇌부가 종전선언을 한 뒤 각국 정상이 나중에 최종적으로 서명하는 식으로 프로세스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청와대 관계자는 24일 실무급 차원의 종전선언 가능성에 대해 “가능성이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아직 북·미 간 고위급 회담도 열리지 않았는데 종전선언 논의는 매우 이른 감이 있다”며 “구체적으로 이런 논의가 있었는지도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 내에선 종전선언이 불가역적인 것이 아니라 언제든 되돌릴 수 있는 상징적 조치인 만큼 굳이 정상들이 하지 않아도 되지 않느냐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한 듯 북·미 관계에 정통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23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특파원 간담회를 하고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내년에 열리더라도 우리 정부 입장은 연내에 종전선언을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북·미 간) 실무협상에서 얘기가 되면 연내 종전선언도 불가능하다고 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이와 함께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제안한 북·미 고위급 회담과 관련해 “아직 날짜와 장소가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북한이 구체적인 답을 주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이 확답을 주지 않는 이유에 대해선 “북한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협상의 목표는 핵무기·핵시설 폐기이며 이는 북한이 모든 것을 걸고 가는 게임이기 때문에 철저히 준비해서 나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과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 간 비핵화 실무협상에 대해선 “북·미 최고위급 간 합의이기 때문에 이뤄질 것”이라며 “북·미 고위급 회담과 실무협상은 선후의 문제가 아니라 상호 보완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북·미 고위급 회담의 북측 대표로 김정은 국무위원장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나설 가능성은 조금 낮게 봤다. 이 관계자는 “미국도 확인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김 부부장이 중요 회의에 많이 참석하고, 북한 체제 특수성으로 (김씨) 일가가 역할을 맡을 수는 있겠지만 당장 준비해서 (북한) 밖으로 나올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방문과 관련해선 “북·미가 2차 정상회담 개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비핵화 진척이 이뤄지지 않겠느냐”며 “이 과정에서 남북 정상이 서울에서 만날 여건도 만들어질 수 있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박세환 기자,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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