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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정치, 경제는 경제, 미국 보란 듯 밀착하는 중·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경제사절단 500여명을 이끌고 25일 중국을 방문해 대규모 경제협력을 모색한다. 일본 총리로서는 7년 만의 공식 중국 방문이다.

중국도 일본에 적극적이다. 미·중 무역전쟁은 일본의 끈질긴 구애에도 냉랭하던 중국의 태도를 바꿔놨다. 미국의 보호무역 공세에 불안한 일본도 중국이 필요했다. 서로 ‘전략적 연대’가 절실했던 셈이다. 그러나 과거사와 영토 분쟁 등 충돌 요소가 많아 양국의 밀월이 깊어질지는 미지수다.

아베 총리는 24일자 중국 매체 인터뷰에서 “중국의 발전은 일본과 전 세계에 거대한 기회”라며 “현재 양국 무역 규모는 3000억 달러, 일본의 대중 투자도 33억 달러로 양국은 뗄 수 없는 경제 관계를 형성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에 대한 협력도 기대했다.

아베 총리는 방중 첫날인 25일 저녁 리커창 총리가 주최하는 만찬에 참석하고 26일 낮에는 리 총리 부부 주최 오찬에 이어 저녁에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부부 주최 만찬에 참석한다. 중국 지도부가 아베 총리와 세 차례나 식사를 하는 것은 일본을 극도로 신경쓰고 있다는 의미다.

아베 총리는 27일까지 2박3일간의 방중 기간에 중국과의 민감한 이슈를 해소할 전망이다. 양국 정부는 우선 동중국해 가스전 공동개발 논의를 재개하기로 합의할 계획이다. 이는 2008년 공동개발 합의 이후 진척이 없던 사안이다. 양국은 또 2012년 9월 일본의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 국유화 조치 이후 논의가 중단된 ‘해상수색·구조협정’에도 서명한다. 다만 영유권 분쟁 탓에 서로의 해역은 명기하지 않기로 했다. 중·일 정상은 방위 분야 논의에서 일본 해상·항공자위대와 중국 해·공군 간부 간의 핫라인 구축 등도 합의할지 주목된다.

경제 분야에서도 무더기 합의가 쏟아진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양측 중앙은행의 위안화·엔화 통화 스와프 규모를 기존 3300억엔에서 3조엔으로 10배 늘리는 통화교환 협정에 서명하고, 제3국 인프라 개발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 50건을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미즈호파이낸셜그룹과 국영기업인 시틱그룹 및 중국수출신용보험공사 간 제휴, 일본 노무라홀딩스와 중국투자공사(CIC)의 1000억엔 규모 펀드 조성 등도 거론된다.

일본은 미·중 무역전쟁을 기회로 그동안 소원했던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강화해 대미 관계에서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외교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역시 일본과 함께 미국의 보호주의를 저지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과 일본은 세계 2위와 3위 경제국으로서 일방주의와 보호주의를 저지하고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을 수호해야 할 중요한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중·일 밀착에 맞서 미국과 러시아도 그간의 갈등을 봉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다음 달 11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1차 세계대전 종전 100주년 기념식 후 미·러 정상회담을 하기로 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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