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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당국, 카슈끄지 계획살인 첫 인정

사진=AP뉴시스


사우디아라비아 당국이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가 계획적으로 이뤄졌다고 처음 인정했다. 카슈끄지가 우발적으로 살해됐다는 기존 해명을 닷새 만에 뒤집은 것이다.

사우디 검찰은 25일(이하 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에서 “터키 당국의 수사 자료에 따르면 카슈끄지 살해는 사전에 계획된 행위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사우디 검찰은 지난 20일 카슈끄지가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사우디 요원들과 주먹 다툼을 벌이다 숨졌다고 밝힌 바 있다. 사우디 검찰은 용의자들을 상대로 계속 조사를 하겠다고만 했을 뿐, 구체적인 정보는 제공하지 않았다.

다만 사우디 당국은 카슈끄지 살해가 무함마드 빈 살만(사진) 사우디 왕세자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빈 살만 왕세자도 24일 전 세계에 생중계된 행사에서 자신이 카슈끄지 살해 배후에 있다는 주장을 직접 부인했다. 그는 리야드에서 열린 국제투자이니셔티브(FII) 패널 토의에 참석해 “카슈끄지 살해사건은 악랄한 범죄로, 모든 사우디인과 인류에 고통스러운 일이고 절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했다. 카슈끄지 암살 혐의로 구금된 사우디인 18명과 거리를 두면서 자신이 암살 배후에 있다는 주장을 일축한 것이다.

빈 살만 왕세자는 이번 사건으로 제동이 걸린 사우디의 경제개혁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자신감도 내비쳤다. 그는 “앞으로 5년 안에 사우디는 완전히 다른 나라가 될 것”이라며 “석유에만 의존하지 않고 경제를 다변화하는 개혁을 쉴 새 없이 추진하면 중동이 새로운 유럽이 되리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빈 살만 왕세자가 혐의를 벗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당장 앙숙인 터키에 손을 내밀 수밖에 없는 처지다. 빈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는 진상을 밝히는 모든 법적 절차를 진행 중”이라며 “범죄를 저지른 배신자들이 법의 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터키 당국과 수사 결과를 내기 위해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카슈끄지 사망 후 처음으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통화해 양국 간 공동수사 방안 등을 논의했다.

터키는 여전히 사우디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터키 앙카라에서 열린 행사에서 “카슈끄지 살해를 지시한 자부터 실행한 자까지 그의 죽음에 책임 있는 모든 자가 절대로 정의를 피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에르도안 대통령과 빈 살만 왕세자의 통화 이후 터키 측의 사우디 비난이 대폭 잦아들어 두 사람 간 모종의 합의가 맺어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터키를 방문 중인 지나 해스펠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카슈끄지 고문 및 살해 정황이 담긴 녹음 파일을 직접 들었다. 한 관계자는 “녹음 파일에 담긴 내용이 강렬했다”고 말했다. 미국이 사우디에 카슈끄지 살해 책임을 추궁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한 내용이 담겼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워싱턴포스트는 분석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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