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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억 학교에 선뜻… 노부부의 아름다운 기부

김재호 학교법인고려중앙학원 이사장과 400억원대 전 재산을 고려대에 기부한 김영석·양영애씨 부부, 염재호 고려대 총장(왼쪽부터)이 기증증서를 들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제공


한 노부부가 평생 모은 400억원 상당의 전 재산을 고려대에 기부하기로 했다.

고려대는 25일 서울 성북구 본관에서 열린 기부식에서 김영석(91)씨와 양영애(83·여)씨 부부가 시가 200억원 상당의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소재 토지 5필지와 건물 4개동을 학생교육과 학교발전을 위해 기부했다고 밝혔다. 김씨 부부는 이른 시일 내 추가로 시가 200억원 상당의 토지 6필지, 건물 4개동도 기부할 계획이다.

강원도 평강군 남면이 고향인 김씨는 월남 후 경기도 양평에서 머슴살이를 하며 온갖 고생을 했다. 이후 부인 양씨를 만나 1960년대 종로 5가에서 리어카를 끌며 과일을 팔기 시작했다. 노점 장사 몇 년 만에 점포도 얻었다.

김씨는 “더 좋은 과일을 받으려고 4시간 일찍 시장에 갔다”고 회상했다. 부지런함 덕분에 김씨 부부 가게는 문을 연 지 3∼4시간 안에 과일이 다 팔릴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이들은 부지런하게 일하면서 절약하는 삶을 살았다. 일을 나설 때도 청량리부터 종로 5가까지 1시간 거리를 매일 걸어 교통비를 아꼈다. 과일 장사가 끝나면 남의 식당에서 일을 했다. 저녁밥은 그곳에서 공짜로 얻어먹었다. 김씨는 옷이나 신발을 산 적이 거의 없다. 지금도 20∼30년 전에 산 옷을 입고 생활한다.

어렵게 모은 돈으로 김씨 부부는 1976년 처음으로 청량리에 상가건물을 샀다. 그 후 주변 건물들을 하나 둘씩 차례로 사들였다. 부부에겐 미국으로 이민 간 두 아들이 있지만 김씨는 재산을 물려주지 않기로 했다. 그는 “육영사업을 위해 쓰는 게 더 보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양씨도 “초등학교도 나오지 못한 내가 학생들 교육을 위해 기부를 하게 돼 뿌듯하다”며 웃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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