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5일 중국을 공식 방문했다. 아베 총리는 2박3일의 방중 기간 경제와 외교안보를 비롯한 각 분야에서 중국과 여러 협정을 체결하고 합의문을 도출해 양국 관계를 한 단계 격상시키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아베 총리는 이날 베이징 도착 직후 인민대회당에서 리커창(李克强) 총리와 환담을 했다. 리 총리는 “양국 관계가 안정적, 건설적으로 발전해 더욱 새로운 진전을 이뤄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에 아베 총리는 “일·중 평화우호조약 체결 40주년에 양국 정상의 상호 방문이 실현돼 기쁘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리 총리와 만찬을 함께하고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일 평화우호조약 체결 40주년 기념 리셉션에도 참석했다. 26일에는 리 총리와의 회담 및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제3국 시장 협력포럼 등에 참석한 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회담과 만찬도 한다. 베이징대 방문도 예정돼 있다.
아베 총리의 이번 중국 방문에서 특히 양국이 한동안 경색된 분위기를 청산하고 한 단계 격상된 양국 관계를 선언하는 새로운 합의를 도출할지 주목된다.
일본과 중국은 1972년 국교 정상화를 담은 공동성명, 78년 평화우호조약, 98년 장쩌민 주석과 오부치 게이조 총리의 공동성명, 2008년 후진타오 주석과 후쿠다 야스오 총리의 공동성명 등 양국 관계를 새로 정립하는 4차례 성명을 발표했다.
아베 총리와 시 주석은 이번 회담에서 중·일 양국의 진전과 관련된 논의를 하되, 특별한 공동성명을 발표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다. 하지만 만일 양국 간 관계 정립을 새롭게 할 5번째 합의가 도출될 경우 세계 2위와 3위 경제대국인 중국과 일본이 서로 ‘윈-윈’하는 새로운 협력관계를 구축하면서 동북아의 세력 판도에도 적잖은 변화를 부를 수 있다.
특히 올해는 중·일 평화우호조약 체결 40주년이자 중국의 개혁개방 40주년을 맞는 해여서 양국에도 남다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최근 중국에 대한 정부개발원조(ODA)를 종료한다고 발표한 것도 주목된다. 일본의 ODA는 72년 중·일 공동성명에서 합의돼 79년부터 총 3조엔가량이 지원됐다. ODA 종료는 양국이 대등한 입장에서 새로운 관계를 설정하려는 사전 조치인 셈이다.
이런 문서가 아니더라도 아베 총리의 방중은 중·일 관계의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양국 관계는 2012년 9월 일본의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국유화 선언 이후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이후 양국의 갈등은 서서히 가라앉았지만, 중국 지도부는 일본에 냉소적인 태도를 유지했다. 따라서 아베 총리의 방중은 앙금은 묻어두고 서로의 실리를 찾자는 양국의 암묵적 합의로 해석할 수 있다.
양국은 아베 총리의 방중 기간 일본 자위대 수장인 가와노 가쓰토시 통합막료장의 중국 방문에 대해 합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합막료장의 방중은 11년 만이다. 양국이 무력충돌을 피하기 위한 핫라인도 내년 3월 안에 설치될 전망이다.
양국은 또 동중국해 가스전 공동개발 협상 조기 재개, 일본거래소그룹(JPX)과 상하이증권거래소의 상장투자신탁(ETF) 상호 상장 등 무더기로 경제 관련 합의를 할 계획이다. 양국은 외교안보 분야 등에서도 급속히 밀착하는 분위기여서 미국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장지영 기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