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와 제재 완화, 미국 대 북·중·러 싸움으로 전선 확대



북한과 미국이 이달 말로 예고된 고위급 회담을 앞두고 막판 힘겨루기를 이어가고 있다. 북·미 간 실무협상에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북한은 중국, 러시아와 함께 제재를 완화하라며 미국을 압박했다. 반면 미국은 대북 제재를 지속할 뜻을 분명히 했고, 북한의 아킬레스건인 인권 문제도 건드렸다.

일본 민영방송 TBS는 24일 대북 제재 완화를 촉구하는 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공동성명이 북한의 요청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공식문서로 채택됐다고 보도했다. 이 문서는 조만간 공식문서로 유엔 회원국에 회람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미 국무부는 24일(현지시간) “대북 제재 완화는 비핵화 이후에 이뤄져야 한다는 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확고한 입장이며 비핵화에 빨리 도달할수록 제재를 빨리 완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미국의 소리(VOA) 방송이 전했다. 국무부는 또 “현재 국면까지 오게 된 것은 국제사회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완전히 이행했기 때문”이라며 “북한이 비핵화에 실패한다면 제재는 완전한 효력을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강조했다.

미국은 같은 날 북한 주민들의 인권도 거론하며 북한을 압박했다.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북한 인권토론회에서 조너선 코언 유엔주재 미국대표부 차석대사는 “북한 주민들이 악명 높은 인권 침해를 당해왔다”고 지적했다. 북한 요덕수용소에 수감됐던 탈북자 정광일씨는 토론회에서 “북한 핵 문제의 그늘 속에서 정치범수용소가 잊혀져가고 있다”며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 문제를 계속 문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제재와 인권 문제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5일 “호주가 ‘제재 이행’ 지원을 운운하며 한반도 주변 수역에 전투함선을 들이밀었다”며 “유엔에서 많은 나라가 대조선 제재를 완화·해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때에 이에 역행하는 행동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세를 똑바로 보고 분별 있게 처신하라”고 비난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 22일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통해 “(인권 문제 제기는) 좋게 발전하는 대화·평화 흐름에 장애를 조성하려는 고의적인 정치적 도발”이라고 비난했다.

북·미 양측이 대화를 하다가 갑자기 대립하고 있는 게 곧 전개될 협상에서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많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협상을 깨지 않는 선에서 서로 밀어붙일 수 있는 만큼 밀어붙이고 있다”며 “북한은 비핵화 시간표, 미국은 상응조치 로드맵을 제시해야 대치 국면이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북·미 간 ‘빅딜’이 임박한 것일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양측이 기싸움을 하면서 압박용 카드는 다 쓴 상황이라 ‘딜’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전망도 있다. 최대한 압박을 가하다가 어느 순간 악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외교소식통은 “미국이 제재 완화 시나리오에 대한 검토를 마치고, 북한과 등가 교환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는 얘기도 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최승욱 이상헌 기자 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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