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더웠던 지난 여름, 메이크업을 할 수 없었던 여성들이 화장을 하기 시작했다. 아이섀도에 립스틱, 블러셔(볼터치)까지 챙겨 바르고 있다. 요즘 아이섀도들은 발색력과 지속력이 뛰어나지만 자칫하면 번져서 눈가가 지저분해지기 일쑤다. 자연스런 메이크업이 뜨는 올가을 깔끔하면서도 그윽한 눈 화장을 즐기고 싶다면 아이 프라이머의 도움을 받아 보자. 아이섀도를 칠하기 전에 바르면 발색력과 지속력을 높여주고 무엇보다 번지는 것을 막아준다. 깔끔하고 분위기 있는 아이 메이크업의 필수품인 아이 프라이머, 어떤 브랜드 제품이 좋은지 국민 컨슈머리포트가 비교, 평가해봤다.
유통 경로별 베스트셀러 5개 제품 비교 평가
소비자들이 많이 사용하는 아이 프라이머를 평가하기 위해 유통경로별로 베스트셀러 제품을 추천받았다. 백화점과 헬스&뷰티 스토어(올리브영), 온라인마켓(SK 플래닛 오픈마켓 11번가)에서 지난 1∼15일 매출 베스트 제품(표 참조)을 추천받았다. 유통경로별로 가장 많이 팔린 제품을 우선 골랐다. 백화점의 메이크업포에버 ‘스텝 원 스킨 이퀄라이저 아이 앤 립 프라이머’(10㎖·3만5000원), 올리브영의 코드 글로컬러 ‘엘 픽스-온 아이 프라이머’(8.5g·1만3000원), 11번가의 VDL ‘엑스퍼트 컬러 프라이머 포 아이즈’(6.5g·8700원)가 유통경로별로 제일 많이 팔린 제품들이었다. VDL의 아이 프라이머는 3가지 타입이 나오고 있다. 그 중 구입 매장에서 가장 인기가 높다고 추천해준 ‘세리니티’를 평가하기로 했다. 베스트셀러 중 최고가는 나스 ‘프로-프라임 스머지 프루프 아이섀도우 베이스’(8g·3만6000원)였으나 소분이 불가능한 제형이어서 평가대상에서 제외했다. 그 다음으로 고가 제품인 겔랑 ‘아이-스테이 프라이머’(12㎖·4만7000원)를 평가대상에 넣었다. 여기에 최저가인 페리페라 ‘잉크 피팅 아이 프라이머’(6g·5800원)를 추가했다. 가격은 지난 16일 추천 유통경로별 판매가 기준이다.
발색 강화·지속력 등 5개 항목 상대평가
아이 프라이머 평가는 고진영 애브뉴준오 원장, 김정숙 장안대 뷰티케어과 교수, 윤혜정 테마피부과 원장, 최윤정 ‘생활 미용-그동안 화장품을 너무 많이 발랐어’(에프북) 저자(이상 가나다순)가 맡았다. 브랜드가 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막기 위해 블라인드 테스트로 진행했다. 5개 브랜드의 아이 프라이머를 일회용 용기에 담아 지난 19일 평가자들에게 보냈다. 평가는 발림성, 흡수력, 발색 강화력, 번짐 방지력, 발색 지속력 5개 항목을 기준으로 했다. 항목별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1차 종합평가를 했다. 이어 제품 성분을 알려주고 평가한 다음 가격을 공개하고 최종평가를 실시했다. 가장 좋은 제품에는 5점, 상대적으로 가장 떨어지는 제품에는 1점을 주는 상대평가로 진행했다.
중저가 국산제품 가성비로 1위
아이 프라이머는 눈 주위에 바르는 제품이어서 성분이 평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5개 제품 모두에 문제성분이 엇비슷하게 들어 있어 변별력이 없었다. 평가자들은 피부를 보송하게 유지시켜줘야 하는 프라이머의 특성상 안전한 성분만으로 구성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뿐만 아니라 국산 제품 3가지는 색소를 제외한 성분들이 거의 비슷해 상대평가가 불가능했다. 결국 이번 평가에서 성분평가는 제외하기로 했다. 단 최종평가 때는 성분을 참고했다.
1위는 중저가 국산 브랜드 코드 글로컬러의 ‘엘 픽스-온아이 프라이머’(1529원=이하 g당 가격)가 차지했다. 최종평점은 5점 만점(이하 동일)에 3.9점. 발림성(4.5점)은 가장 뛰어났고 흡수력(3.3점)도 우수했다. 발색 지속력(2.8점)은 처지는 편이었으나 발색 강화력(3.0점)과 번짐 방지력(3.0점)은 평균 이상으로 1차 종합평가(3.7점)에서 2위를 했다. 가격이 중간 수준이었던 이 제품은 최종평가에서 1위로 올라섰다. 김정숙 교수는 “발림성, 흡수력이 좋고 특히 섀도를 발랐을 때 피부에 착 붙는 느낌이 든다”면서 “발색이 선명하게 되기보다는 은은하게 지속된다”고 평가했다.
2위는 겔랑의 ‘아이-스테이 프라이머’(3916원). 최종평점은 3.5점. 발림성(3.5점)과 흡수력(3.3점)은 좋은 편이었다. 발색 지속력(2.9점)은 다소 처지는 편이었으나 강화력(3.8점)과 번짐 방지력(3.5점)은 가장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았다. 그 결과 1차 종합평가(4.0점)에서는 1위였다. 그러나 낮은 가성비가 발목을 잡았다. 이번 평가 대상 중 최 최고가인 겔랑 아이 프라이머는 최저가였던 페리페라 아이 프라이머보다 4배 이상 비쌌다. 윤혜정 원장은 “모든 항목에서 우수했으나 가격이 아쉽다”고 말했다. 다른 평가자들도 메이크업 번짐을 방지해주는 능력은 다섯 제품이 거의 비슷해 굳이 이 제품을 사야 할 이유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3위는 페리페라 ‘잉크 피팅 아이 프라이머’(966원). 흡수력(2.0점)은 가장 떨어졌고, 번짐 방지력(2.5점)과 발색 지속력(2.3점)도 처졌던 이 제품은 1차 종합평가(2.3점)에서 4위를 했다. 그러나 뛰어난 가성비로 최종평가에서 평가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고진영 원장은 “눈가를 밝혀주는 톤업 효과가 뛰어나고 흡수된 뒤에도 끈끈함이 남아 있지만 의외로 번짐 방지가 잘 되고 무엇보다 가성비가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4위는 메이크업포에버와 VDL의 아이 프라이머가 공동으로 차지했다. 최종평점은 2.3점. 메이크업포에버의 ‘스텝 원 스킨 이퀄라이저 아이 앤 립 프라이머’(3500원)는 눈과 입에 공통으로 쓸 수 있는 제품이었지만 평가 때는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아이 프라이머 효능만 상대적으로 평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발림성(2.3점)이 좋지 않았고, 발색 강화력(1.6점)은 가장 떨어졌다. 그러나 흡수력(4.0점)은 가장 뛰어났고, 번짐 방지력(3.0점)과 발색 지속력(3.3점)도 평균 이상이었다. 그 결과 1차 종합평가(2.8점)에서는 3위였다. 이번 평가 대상 제품 중 두 번째로 비쌌던 메이크업포에버는 낮은 가성비 탓에 최종평가에서 한 계단 내려갔다.
VDL ‘엑스퍼트 컬러 프라이머 포 아이즈’(1338원)는 온라인 마켓에서 가장 많이 팔리고 있고 백화점에서도 베스트셀러 목록에 이름을 올려놓은 제품이지만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었다. 항목별 평가도 들쭉날쭉한 편이다. 발림성(2.0점)과 흡수력(2.0점)은 가장 떨어졌다. 그러나 발색 강화력(3.8점)과 지속력(3.7점)은 가장 뛰어났고, 번짐 방지력(3.0점)도 우수한 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차 종합평가(2.2점)에서 최하점을 받았다. 고진영 원장은 “발색력이나 지속력, 번짐 방지력 그 차제만으로 보면 매우 뛰어나지만 푸른기가 도는 자체 컬러톤 때문에 동양인 피부톤에는 들떠 보일 수 있어 권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피부톤이 차가운 쿨톤인 사람에게는 잘 어울릴 수 있고, 눈가 다크 서클을 가리고 싶은 사람도 써볼 만하다는 조언이 있었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