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IT 업체들이 불리한 조건에서 외국 업체들과 경쟁하고 있다는 역차별 논란에 대해 국회와 정부가 함께 해소 의지를 보였다. 정부가 실태를 파악하고 과제를 설정하면 국회가 입법을 통해 지원하는 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글로벌 IT 기업의 세금 탈루, 망 사용료 무임승차, 우월적 지위를 악용한 불공정 행위 등을 막기 위한 다양한 해결책이 제시됐다. 이들 기업은 국내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지적이 그간 꾸준히 제기됐다. 법인세가 매출 발생지가 아닌 법인 소재지 기준으로 부과되다보니 글로벌 기업이 매출에 비해 세금을 너무 적게 낸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의원은 구글과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이 제공하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별도의 사업 영역으로 규정하고 책무를 부과하자고 촉구했다. 변 의원은 일정 규모 이상의 IT 서비스 사업자에 국내에 서버를 설치하도록 의무화하고 이를 위반하면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법안도 발의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은 OTT 업체들이 경영 자료를 제출하도록 하는 법안을 냈다. 국내 IT업계 관계자는 28일 “매출 등 사업현황 신고는 물론이고 불법정보 유통에 대한 제재까지 가능해질 수 있는 방안들”이라고 평가했다.
바른미래당 박선숙 의원은 구글과 페이스북의 탈세 의혹, 구글의 애플리케이션 선탑재 강요 의혹 등에 대한 범정부 합동조사를 제안했다. 민주평화당 김경진 의원도 역차별 문제 전반에 대한 해결 대책을 마련하고 관리할 범정부 대책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의원들의 지적에 대체로 공감하며 실태 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글로벌 IT 기업에 대한 제재 움직임은 국내 역차별 해소의 지렛대로 작용할 전망이다. 일본은 최근 IT 서비스에 대해 ‘제공되는 장소’가 아닌 ‘소비되는 장소’를 중심으로 소비세를 부과하는 내용으로 법안을 개정했다. 동남아시아와 남미 국가에서도 IT 서비스가 소비되는 국가를 기준으로 부가가치세를 과세하자는 취지의 입법이 진행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IT 대기업이 벌어들인 수익의 3%를 세금으로 징수하는 과세안을 논의하고 있다. 디지털세 또는 ‘구글세’로 불리는 과세 계획이다. 다만 EU 내에서도 회원국 간 입장이 엇갈려 실제 시행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도 중복과세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이유로 디지털세 도입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29일 방송통신위원회 종합감사에서는 존 리 구글코리아 대표에게 질문공세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리 대표는 지난 1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감 증인으로 출석했지만 구글코리아의 매출과 수익 규모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며 제대로 답변을 하지 않았다는 질타를 받았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