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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에게 묻다] 대장암 열 중 셋은 직장암… 발병률 낮아도 ‘더 독한 놈’

이인규 서울성모병원 교수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이인규 교수가 로봇팔과 복강경을 이용, 항문 보존 직장암 절제수술을 집도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제공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이인규(48·사진) 교수는 대장암 절제수술 전문가다. 1996년 2월 가톨릭의대를 졸업하고 2009년 동 대학원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 교수는 2008∼2010년, 3년 연속 가톨릭의대 외과학교실 우수교원상을 수상했고 2014년과 2017년, 여의도성모병원과 서울성모병원에서 각각 우수 임상교수상도 수상했다. 그만큼 연구 능력 못지않게 진료 실력도 뛰어나다는 의미다.

이 교수는 2014년부터 대한외과학회 고시위원과 대한외과종양학회 학술위원, 2016년부터 대한암학회 건강보험위원과 한국정맥경장영양학회 NST위원장, 2017년부터 대한대장항문학회 가이드라인위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올해는 대한외과대사영양학회 홍보위원장을 새로 맡아 암수술을 받는 고령자의 경우 영양관리가 특히 중요하다는 점을 알리는데 앞장서고 있다.

이 교수는 29일 “예전에 비해 80세 이상의 고령에도 건강한 분들이 많다. 암수술 후 조기회복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대장암 수술을 받는다 해도 회복속도가 빨라 장수건강을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3병기 이상 진행성 대장암 환자들의 완치율(5년 생존율)이 80% 이상에 이르는 이 교수에게 고령화 시대의 직장암 치료 빛 예방법에 대해 물어봤다.

결장암 70% 직장암 30% 비율

대장암은 항문부터 복막 뒤쪽에 있는 직장과 나머지 결장에 생기는 암을 통칭해 부른다. 결장에서 암이 발견되는 경우가 전체 대장암의 약 70∼75%로 더 많다. 직장암은 기껏해야 25∼30% 선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일반에 ‘대장암=직장암’ 등식으로 알려진 것은 수술 후 생존율과 삶의 질 유지에서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장이 길어서 여유가 많은 결장암은 암이 생긴 부위를 잘라내도 장 기능과 주변 장기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반면 길어야 20㎝가 넘지 않는 직장에 암이 생기면 바로 항문 손상을 유발, 배변 기능에 악영향을 주기 일쑤이다. 골반 내 장기에 쉽게 번져 생명을 위협하는 경우도 많다. 흔히 직장암 수술 시 항문 보존 여부가 관건이 되는 이유다.

그만큼 환자가 느끼는 불편함과 공포감의 차이도 크다. 우리 몸에서 가장 천대받는 신체기관을 묻는다면 아마도 제일 더러운 곳으로 여겨지는 항문이 꼽힐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그걸 없애야 할지도 모른다고 하면 생각이 달라진다.

직장은 대변을 모았다가 배출하기 전 대기시키는 역할을 한다. 배변 운동을 통제하는 곳은 항문이다. 정확하게는 항문 조임 근육(괄약근)이다.

이 교수는 “만약 우리 몸에서 직장 괄약근이 없다면 대변을 모아 가둬두질 못하게 돼 배변 횟수가 잦아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직장암이 이 괄약근까지 파고든 경우 암과 함께 제거할 수밖에 없으므로 항문을 살리더라도 배변 통제 기능을 잃고 만다. 직장은 해부학적으로 뼈로 둘러싸인 좁은 골반 안에 있다. 주변에는 성기능과 배뇨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경들이 분포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 기능을 모두 보존하면서 암을 완벽하게 제거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로봇 복강경 활용 갈수록 많아져

직암암 수술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항암화학방사선요법과 괄약근간 직장절제술, 로봇복강경수술, 항문경유 내시경미세절제술 중에서 한두 가지를 선택해 이뤄진다.

항암화학방사선 치료는 수술 전 항암 화학요법과 방사선 치료를 동시에 진행함으로써 암의 크기를 작게 만드는데 초점을 맞춘다. 원칙적으로 직장암이 괄약근까지 침범했거나 근접한 경우 항문까지 완전히 절제해야 하지만 최대한 항문을 살리기 위해 수술 전 2∼5주간 항암화학방사선 치료를 먼저 한 뒤 6∼10주간 암 크기가 작아지기를 기다렸다가 수술을 하는 방식이다. 이 치료법은 암의 재발률을 줄이고 항문 보존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으로 흔히 사용된다. 암이 완전히 없어진 경우엔 수술을 고려하지 말고 병의 경과를 지켜보자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을 정도로 효과도 좋다. 괄약근간 직장절제술은 항문에서 2∼5㎝ 떨어진 곳에 생긴 직장암 치료에 사용된다. 괄약근의 일부만을 잘라내 항문의 기능을 어느 정도 보존하면서 암을 완전히 제거하는 방법이다.

과거 항문을 완전히 제거했던 ‘복회음절제술’의 대체요법으로 쓰인다. 하지만 항문 기능을 보존하더라도 대변을 모았다가 배출하는 직장 기능을 모두 다 살릴 수 없거나 괄약근 기능이 약해져 변실금을 합병할 수 있다는 게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초기 직장암은 항문으로 복강경 수술기구를 넣어 직장 전 층(점막층 점막하층 근육층)과 주위 림프절을 일부 절제하고 봉합하는 ‘항문경유(경항) 내시경 미세절제술'로 없애기도 한다. 하지만 이 수술법은 발생초기 조기암이 아니면 시술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수술 전 병기를 정확하게 결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이 교수는 강조했다.

로봇수술은 최근 들어 더욱 주목을 받게 된 수술법이다. 직장암 수술은 좁은 골반 안에 있는 성기능과 배변기능 등을 최대한 보전하는 게 관건이다. 로봇수술을 하면 주변 신경을 보존하면서도 암을 완벽하게 제거하는 초정밀수술이 가능해 이들 기능을 살리는데 큰 도움이 된다. 수술 시 골반 내 장기를 입체적으로 확대해 볼 수 있고, 수술기구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어서다.

인공항문 필요 없는 직장암 치료 힘써

직장을 제거하고 나서 배변조절 기능이 약해지고 화장실 출입이 잦아진다면 식이조절이 필수적이다. 이때는 덩어리 변을 배출시킬 목적으로 섬유소가 풍부한 음식과 지사제 섭취가 권장된다.

기름기나 조미료가 적은 음식도 장운동이 증가하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을 준다. 괄약근을 강화하는 케겔 운동, 바이오피드백 훈련, 항문의 자극과 염증을 줄여주는 좌욕 등도 함께 시행하는 것이 좋다.

항문을 대체하는 완벽한 방법은 아직 없다. 하지만 직장암 수술 후 기능이 많이 떨어진 항문을 억지로 유지하려 애쓰기 보다는 인공항문(장루) 수술을 통해 삶의 질을 유지하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다는 보고도 많다.

우리 몸은 어느 한구석 중요하지 않은 곳이 없다. 더군다나 배변은 삶의 질과 직결되기 때문에 암 수술 시 항문 보존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교수는 “최근 장루 관리법의 발전으로 인공항문을 갖고도 무리 없이 일상생활을 하는 환자들이 많다. 의·과학 기술이 계속 발전하고 있는 만큼 항문을 완전히 살리면서 암도 완벽하게 퇴치할 수 있는 날이 곧 올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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