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섬유화증은 병세가 좋지 않고 증명된 치료 방법도 많지 않은 만성 간질성 폐질환이다. 주로 장기간 흡연 경험이 있는 중년층에서 발견된다.
발병 시 호흡곤란과 더불어 저산소증 혹은 심근경색증으로 사망 위험이 높아진다. 섬유화 현상이 확산되면서 폐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호흡곤란과 함께 기침, 청색증(저산소증에 의해 입술주변이 파랗게 질리는 현상), 곤봉지(만성적인 저산소증에 의해 손가락 끝이 둥글게 되는 현상) 등의 이상 증상도 나타난다.
폐섬유화증을 극복하기 위해선 가능한 한 발병 초기에 조기 진단해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폐섬유화증이 왜 생기는지 원인은 뚜렷하게 밝혀진 게 없다. 현재 가장 널리 인정되는 가설은 이 병에 걸릴 만한 위험요소를 갖고 있는 사람이 특정 자극에 계속 노출될 때 발생한다는 것이다. 흡연 외에 공해, 바이러스, 유전 등이 주요 위험인자로 거론된다. 의학자들은 이런 여러 위험인자가 폐에 염증을 유발하고 그 염증이 치유되는 과정에서 섬유세포가 증식하는 현상이 반복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반면 한의학에선 폐섬유화증을 단기(短氣), 해수(咳嗽), 천증(喘症) 등의 범주에 속하는 병증으로 본다. 정허사실(正虛邪實), 즉 기가 허약한 상태에서 외사(外邪, 외부의 안 좋은 기운)가 폐 속으로 침투해 폐기(肺氣)를 손상시킨다는 식의 풀이다. 따라서 이 병에 대한 처방 역시 바른 것을 부양하고 나쁜 기운을 몰아내는 ‘부정거사(扶正去邪)’ 위주로 구성된다. 염증 반응을 개선시켜 폐의 섬유화 현상을 억제하는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밝혀진 한약재들이 사용된다.
전호(前胡), 오미자, 반하(半夏), 길경(桔梗) 등이 대표적이다. 전호는 미나리과에 딸린 여러해살이풀 생치나물의 약명이다. 유라시아 전역과 아프리카에 분포한다. 오미자는 진액을 생성하는데 도움을 주어 폐를 윤택하게 해준다.
반하는 천남성과의 여러해살이풀 ‘끼무릇’, 길경은 도라지의 약명이다. 반하는 기침을 억제하고 가래를 삭이며, 길경은 배농작용을 함으로써 호산구 및 알레르기 항원을 감소시키는 효능이 있다.
폐섬유화증은 치료를 통해 병증의 진행을 늦추거나 줄이며 기침, 가래 등의 증상을 개선하고 폐활량을 늘려 삶의 질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단 이미 섬유화된 조직은 원상회복이 불가능해 어떤 치료로도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김남선 영동한의원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