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평양공동선언과 남북 군사분야 합의서가 29일 관보 게재로 정식 공포된다. 하지만 청와대가 평양선언과 군사합의서 비준에 국회 동의가 불필요하다고 판단한 근거로 내세운 법제처 해석이 그때그때 달라진 것으로 나타나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향후 철도나 도로 연결, 경제적 지원 등 재정 투입이 필요한 개별 사안의 국회 동의 문제를 두고도 여야 신경전이 예상된다.
법제처는 지난 8월 통일부에 회신한 4·27 판문점선언 내용 심사 결과에서 ‘상당한 규모의 재정이 소요될 것’이란 예상을 토대로 국회 비준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해석했다. 반면 평양선언에 대한 최근 답변에서는 ‘사업 내용이 가변적이라 현재로서는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수반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논리 등으로 국회 동의가 필요 없다고 했다.
2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정갑윤 자유한국당 의원이 입수한 ‘판문점선언, 평양선언의 국회 동의 필요 여부 등 심사 결과’ 전문(全文)에는 법제처의 이중적 심사 잣대 정황이 나타나 있다.
중요 판단 기준은 남북관계발전법 제21조 3항의 ‘중대한 재정적 부담’ 여부였다. 법제처는 판문점선언 심사 당시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의 연결과 개보수, 민족공동행사 추진, 국제경기 공동 진출, 이산가족·친척 상봉 사업 등에 상당한 규모의 재정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며, 통일부도 비용 추계를 상당한 규모로 제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평양선언의 경우 “동·서해안 철도와 도로 연결, 산림분야 협력 등 재정적 부담이 되는 일부 사업은 이미 판문점선언 내용에 포함돼 있어 별도의 재정 부담은 없다”고 봤다.
판문점선언에 언급되지 않은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사업 정상화, 서해경제공동특구 및 동해안관광공동특구 조성사업 등은 ‘조건이 마련되는 데에 따라’ 또는 ‘협의 진전 여부에 따라’ 이행 여부와 규모가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 결정 전에는 사업 내용을 알 수 없어 중대한 재정 부담 사업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결론을 냈다. 법제처는 또 “이산가족 문제 해결, 3·1운동 100주년 남북공동 기념사업 등은 국회에서 통상 심의·의결되는 예산으로 이행될 수 있다”고 해석했다.
통일부는 법제처에 해석을 의뢰하면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위원장인 남북공동선언 이행추진위원회를 통해 외교부, 국방부, 국가정보원 등 관계부처와 협의를 거쳤다며 국회 비준동의 필요 여부에 대한 정부 입장도 적어 보냈다.
남북관계발전법 시행령은 통일부 장관이 남북합의서 안을 국무회의에 상정하기 전에 반드시 법제처 심사를 받도록 하고 있지만 사실상 요식 절차에 불과할 수 있다는 뜻이다.
법제처 측은 “우리는 비준 절차 중간에 있는 심사 담당”이라고 했다. 한 전직 법제처장은 “법제처로서는 가능한 한 정부 입장을 지원하려 하지 않았겠느냐”며 “그런데 내가 법제처장이라면 (국회 동의권에 대한) 다른 판단을 내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호일 심우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