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일당과 댓글 조작을 공모한 혐의를 받는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29일 첫 공판에서 김 지사가 드루킹 김동원씨와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신저 대화 내용이 공개됐다. 김 지사가 김씨에게 기사 링크를 보내고, 김씨가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회원들에게 댓글 작업을 지시한 정황이 담겨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성창호)는 박모씨(필명 서유기)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신문과정에서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김씨 휴대전화에 저장돼 있던 텔레그램 메신저 캡처화면을 증거로 제시했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김 지사가 김씨에게 수차례 기사 링크를 보낸 사실은 밝혀진 바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법정에서 공개된 증거에 따르면 지난해 4월 29일 김 지사는 김씨에게 ‘정부냐 중기냐 일자리 창출 주체 놓고 설전’ 기사링크를 보냈다. 김씨는 ‘처리하겠습니다’라고 답한 뒤 곧바로 해당 기사링크에 ‘AAA’를 기재해 경공모 회원들의 텔레그램 단체방에 전송했다. 특검이 “‘AAA’가 무슨 뜻이냐”고 묻자 박씨는 “김경수 의원이 보낸 기사니 최우선적으로 작업하라는 뜻”이라고 증언했다.
또 같은 해 5월 2일 김 지사가 ‘막판 실수 땐 치명상, 문캠프 SNS 자제령’ 기사링크를 김씨에게 보낸 텔레그램 메신저 캡처화면도 공개됐다. 김씨는 같은 방식으로 경공모 회원들과 이를 공유하며 댓글 작업을 지시했다.
재판 시작 전 변호사들과 웃으며 악수하는 등 비교적 담담했던 김 지사는 재판이 진행되면서 점차 표정이 어두워졌다. “2016년 11월 9일 경공모 사무실을 방문한 김 지사에게 킹크랩(댓글 조작프로그램)을 시연한 적이 있느냐”는 특검 질문에 박씨가 “네”라고 답할 때는 굳은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했다. 앞서 김 지사는 재판 출석 전 심경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재판과정에서 명명백백히 진실을 밝히겠다”며 “킹크랩 시연을 본 적도 없다”고 부인했다.
김 지사 측 변호인은 박씨의 진술 신빙성을 문제 삼았다. 변호인은 “증인(박씨)은 수사 과정에서 많은 허위진술을 했는데 맞느냐”고 묻자 박씨는 “처음엔 저만 책임지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어 “시연 모습을 직접 본 것이 아니라 이후 김씨로부터 ‘김 지사 앞에서 킹크랩을 시연했다’는 말을 들은 것이 맞느냐”고 묻자 박씨는 “그렇다”고 답했다. 또 변호인은 박씨가 수사 초반 “킹크랩은 댓글 조작 프로그램이 아니라 현 정부에 우호적인 댓글과 아이디를 모아놓은 것”이라고 진술한 사실을 언급하며 박씨 증언을 반박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