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중인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29일 청와대에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만나 2차 북·미 정상회담 진행 상황 등에 대해 논의했다. 미국 측 제안으로 이뤄진 면담이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심도 있는 대화가 오갔다”며 “임 실장은 비건 대표에게 북·미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달라고 당부했고, 비건 대표는 한국 정부의 지원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한 외교 소식통은 “차관급인 비건 대표가 임 실장을 만난 것은 사실상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할 메시지가 있다는 것”이라며 “풍계리 핵실험장 사찰과 종전선언, 2차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어느 정도 구체적인 윤곽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밀했다.
비건 대표는 30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도 면담한다. 조 장관과는 철도 연결을 비롯한 남북 협력 사업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관계자는 “남북이 추진하고 있는 각종 협력 사업에 관해 대북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미국의 이해를 구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 협력 사업은 좀처럼 속도를 못 내고 있다. 당장 30일로 예정됐던 개성 만월대 공동발굴사업 착수식이 돌연 연기됐다. 통일부는 “실무적 차원에서 현장 준비가 필요하다”고 했지만, 급격한 남북 협력 추진에 부정적인 미국의 시선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비건 대표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잇따라 만나 “한반도 적대관계 종식 목표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라고 강조했다.
강 장관은 또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의 전화통화에서 미국의 대이란 제재 복원 계획과 관련해 “우리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한국이 예외국 지위를 획득할 수 있도록 최대한 유연성을 발휘해 달라”고 당부했다. 일각에선 미국이 11월 6일 중간선거 직후 북·미 고위급 회담을 열기 위해 북측과 일정을 조율 중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조 장관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경의선 철도 공동조사 지연과 관련해 “미국 측과 부분적으로 약간 다르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그러나 “미국이 남북 사업을 반대한다고 표현할 정도는 아니다. 미국은 우리와 계속 논의해나가는 단계”라고 부연했다. 조 장관은 연내 종전선언 및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이 가능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국감에서는 조 장관의 북측 카운터파트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의 태도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9월 평양 정상회담 당시) 리 위원장이 옥류관에서 (남측) 대기업 총수들에게 ‘아니,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갑니까?’라고 했다. 보고받았느냐”고 물었다. 조 장관은 “비슷한 얘기를 들었다. 북측에선 남북 관계가 속도를 냈으면 하는 것이 있다”고 답했다.
최승욱 강준구 권지혜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