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사진) 독일 총리가 지방선거 부진의 책임을 지고 연말 기독민주당 대표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dpa통신 등 외신들이 29일 보도했다. 메르켈 총리는 오는 2021년까지만 총리직을 수행한 뒤 어떤 공직도 맡지 않고 은퇴할 것으로 보인다.
기민당 내 소식통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는 12월 열리는 당대회 때 열리는 대표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 2021년 9월 하원의원 임기가 만료될 때까지 총리직을 유지하고 다음 총선에는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 후임 당대표 선거에는 여성 정치인으로서 ‘미니 메르켈(작은 메르켈)’로도 불리는 안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우어 기민당 사무총장과 반(反)메르켈 성향의 옌스 슈판 보건부 장관 등이 도전 의사를 밝혔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후임자 결정 과정에 개입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당초 총리직과 당 대표직을 분리하는 데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하지만 지난 14일 바이에른주 지방선거에서 연정 파트너 기독사회당이 참패한 데 이어 28일 헤센주 지방선거에서 자신이 이끄는 기민당도 부진하자 생각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기민당은 헤센주 선거에서 2013년 선거 때보다 11% 포인트 적은 27%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
메르켈 총리는 2005년 처음 총리에 올랐으며 지난해 9월 총선에서도 승리해 4연임에 성공했다. 메르켈 총리가 2021년까지 총리직을 수행할 경우 재임 기간이 총 16년으로 헬무트 콜 전 총리와 함께 최장수 독일 총리로 기록될 전망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는 유럽연합(EU) 고위직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실상 총리직을 마지막으로 정계은퇴를 하는 셈이다.
한편 28일 헤센주 지방선거에서는 진보 성향 녹색당과 극우 성향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각각 19.8%, 13.1%의 득표율을 기록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특히 AfD는 바이에른주에 이어 헤센주 지방의회에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