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전자의 글로벌 스마트폰 생산 거점인 베트남을 전격 방문했다. 스마트폰 사업의 중장기 전략을 가다듬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30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를 만나 현지 사업에 대해 협의했다. 31일에는 박닌, 타이응우옌, 호찌민 지역에 위치한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을 방문해 스마트폰과 가전 생산라인, 연구·개발(R&D) 센터를 점검하고 현지 임직원을 격려할 예정이다. 이번 출장에는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도 동행했다. 이 부회장과 이 사장은 이날 오전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전세기편으로 출국했다. 출장 일정은 2박3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전체 스마트폰 생산량의 절반가량인 연 1억5,000만대를 베트남에서 만들고 있다. 스마트폰 세계 1위인 삼성전자는 최근 중국·인도·북미 등 전 세계 곳곳에서 점유율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화웨이와 샤오미, 오포 등 중국 기업들이 공세를 펼치고 있어서다. 단말사업을 담당하는 삼성전자 IM(IT·모바일) 부문의 영업이익 비중도 갈수록 낮아지는 추세다.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 중 IM부문의 비중은 2014년 58.2%에 달했지만 지난해에는 22%로 떨어졌다.
따라서 이번 베트남 방문을 계기로 이 부회장이 조만간 사업상 중요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이 베트남에 세 번째 스마트폰 공장을 짓기 위해 현지 시찰에 나선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1995년 하노이에 법인을 설립하며 TV 생산과 판매를 시작한 이래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배터리, 전자부품 등으로 사업을 확대했다. 기능올림픽 국가대표 등 현지 기능인력 양성도 지원하고, 저소득층을 위한 삼성희망학교를 설립하며 사회공헌 활동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이에 베트남 정부는 지난 4일 ‘외국인 직접투자(FDI) 유치 30주년 기념식’에서 삼성전자에 3급 노동 훈장, 삼성디스플레이에 총리 표창을 수여하기도 했다. 이들 기업이 자국 경제 성장에 크게 이바지했다는 이유에서다.
이 부회장이 지난 2월 집행유예로 풀려난 뒤 동남아시아를 방문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석방 이후 7번째 해외 출장이면서 이달 들어서만 두 번째 외국행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3월 말 유럽과 캐나다를 시작으로 5월 중국, 6월 일본, 7월 인도, 8월 유럽에 이어 이달 초 북미·유럽까지 거의 매달 해외 출장길에 오르며 삼성전자의 미래 신성장 동력 발굴에 나서고 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