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추락 등 경제 경고음에 여당도 비상이 걸렸다. 부동산 시장 불안과 고용지표 악화에 이어 증권시장마저 흔들리면서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는 ‘위기의식’ ‘긴장감’이라는 말이 나왔다. 교체설이 끊이지 않고 있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불협화음에 대한 여당 내 우려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3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최근 증시 불안을 언급하며 “정부는 불안심리가 실물경제로까지 전이되지 않도록 막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는 현 상황에 대한 위기의식을 갖고 선제적으로 대비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이어 “경기 활성화와 기업 투자를 촉진시킬 대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며 “우리 당도 11월 예산안 심사와 민생경제 입법으로 경제 살리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병욱 의원도 같은 회의에서 “증권시장은 투자자들만의 시장이 결코 아니다. 증권시장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자금을 조달하는 시장”이라며 “당국의 보다 더 적극적이고 과감한 대책이 수립돼야 할 시기”라고 했다.
경제위기론이 확산되면서 장 실장과 김 부총리 거취 문제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경제 투톱’ 교체설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한 여당 의원은 “미·중 무역전쟁, 유가 불안 등이 있지만 한국 경제의 체질 자체가 나쁘지 않다. 문제는 시장이 느끼는 불안감”이라며 “경제정책의 확고한 추진 주체 없이 ‘투톱’이 교체되느니 마느니 이런 이야기가 몇 달째 나오면 정책을 집행하는 관료들은 복지부동하고, 시장은 불안하게 된다”고 말했다.
다른 기재위 소속 의원도 “문책성 인사를 할 정도 상황은 아니다”면서도 “두 사람이 세트로 묶여 있어 어느 한 명만 교체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장 실장만 교체하면 ‘소득주도성장 폐기’라고 할 것이고, 김 부총리만 교체하면 ‘혁신성장 안 된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주게 된다”고 말했다. 다른 의원도 “특별히 경질될 만한 잘못은 없지만 전반적으로 (재임) 기간 대비 결과가 안 좋다”고 했다.
다만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김동연·장하성 교체설은 전혀 들어본 바 없다”고 했다. 홍 원내대표도 “예산 심사가 진행되기 때문에 그 말 자체가 성립이 안 된다. 인사를 하더라도 이런 일들을 끝내놓고 하지 않을까”라며 “내가 아는 한 그런 것은 검토되는 바 없다”고 말했다.
야당은 현 경제 상황을 ‘비상시국’으로 규정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경제계 인사와 원로 경제학자 등 전문가 그룹을 중심으로 ‘비상시국경제회의’를 구성하고 위기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29일 코스피 2000선이 끝내 붕괴되고 말았다”며 “문재인정부는 고용·투자·경제성장률 같은 경제지표뿐만 아니라 시장 자체 위기론과 비관론이 퍼지고 있는 상황을 심각성을 갖고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바른미래당 유의동 수석부대표도 원내대책회의에서 “지금의 우리 경제는 실물지표와 시그널지표, 민생 현장의 지표까지 모두 최악의 상황”이라며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잘못된 정책, 경제에 대한 청와대의 안이한 인식과 무능이 가장 큰 문제다. 그것이 지금의 경제위기를 불러온 것”이라고 했다.
임성수 이형민 김성훈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