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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단지→산업단지→에너지단지, 정권 따라 바뀐 새만금 30년 개발사



역사상 최대 국책사업으로 불리는 새만금 개발사업은 정권마다 성격과 목표가 출렁였다. 대규모 식량단지를 조성한다는 초기 계획은 산업단지로 중심축이 옮겨갔다. 문재인정부는 이를 다시 에너지로 수정했다. 30년 동안 새만금의 부침을 지켜본 전북 주민들은 이번에도 ‘기대 반 우려 반’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새만금 사업은 1987년 노태우 당시 민정당 대통령 후보 공약으로 처음 등장했다. 노태우정부는 89년 7월 매립지역을 100% 농지로 활용해 식량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91년 방조제 착공 이후 순조롭게 진행되던 사업은 95년 환경보호가 주요 정책 담론으로 떠오르면서 환경단체와 지역주민의 거센 반대에 부딪혔다. 환경단체의 공사 중지 소송, 지역주민 시위로 공사는 중단과 재개를 반복했다. 2006년 3월 정부가 대법원 판결에서 승소하고 나서야 그해 4월 방조제 물막이 공사가 마무리됐다.

하지만 노무현정부는 2007년 ‘새만금 내부토지개발 기본구상’을 내놓고 100% 농지 활용을 농지 72%, 산업·관광용지 28%로 변경했다. 새만금 사업이 국내 산업 발전에 기여토록 한다는 취지였다. 2008년 2월 이명박 대통령 인수위원회는 아예 새만금 사업의 목표를 ‘동북아 경제중심지’로 정했다. 농지 비중을 30%로 낮추고 비농업 복합용지 비중을 70%로 늘렸다.

그 뒤에도 새만금 사업은 변신을 거듭했다. 박근혜정부는 2015년 새만금 복합용지에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걸로 방향을 틀었다. 새만금의 토지를 6개 지구(산업용지, 국제협력용지, 관광·레저용지, 농생명용지, 배후도시용지, 생태환경용지)로 나누면서 기존 농업 중심의 개발계획을 사실상 폐기했다.

문재인정부는 새만금 사업을 100대 국정과제에 넣으면서 ‘환황해권 경제중심지’로 개발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30일 초대형 재생에너지 단지를 조성하는 비전 선포식을 열면서 새만금 사업의 중심축은 경제에서 에너지로 다시 이동했다. 30년 동안 큰 틀만 세 번 바뀐 것이다.

전북 지역에서는 기대감과 우려감을 함께 표시하고 있다. 지지부진했던 새만금 개발의 ‘큰 마중물’이 될 것이란 환영과 당초 ‘환황해권 경제중심지’보다 개발계획이 크게 축소되는 것 아니냐는 반발이 공존한다. ‘공론화 과정’을 생략한 일방통행식 정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전북도의 한 관계자는 “새만금이 제 갈 길을 찾지 못하면서 전북 발전에 어려움이 많았다”면서 “지금부터라도 집중적인 재원 투자와 속도감 있는 개발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주시민 신상욱(53)씨는 “새만금 사업에 대한 정부 계획이 여러 번 바뀌면서 혼란만 줘왔다”며 “이번 사업도 들어가는 정부 예산은 거의 없다. 10조원에 이르는 민간 투자만으로 개발이 제대로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세종=전성필 기자, 전주=김용권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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