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개혁개방의 총설계사’인 덩샤오핑의 장남 덩푸팡(74)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체제의 대외정책에 쓴소리를 하는 등 중국 정계와 학계 등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잇따라 쏟아졌다.

덩푸팡은 지난달 열린 중국장애인연합회 총회에서 “우리는 실사구시의 태도로 냉철한 마음을 유지하고 우리 주제를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30일 보도했다.

덩푸팡은 “우리는 평화와 발전 방향을 고수하고, 협력적이고 ‘윈-윈’하는 국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며 “우리는 함부로 오만하게 굴거나 자신을 비하해서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우리는 절대 후퇴해서는 안 되며 이를 악물고 개혁개방의 노선을 걸어야 할 것”이라며 아버지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노선 고수를 강조했다.

덩푸팡의 발언은 시 주석이 덩샤오핑의 ‘도광양회’(韜光養晦·힘을 기르면서 때를 기다린다) 외교노선을 폐기하고 중국몽(中國夢)을 기치로 공세적인 외교정책을 펼치다 미·중 무역전쟁을 초래한 점을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덩푸팡은 또 마오쩌둥 시대의 문화대혁명을 거론하며 “당시 신앙은 파멸했고 도덕성을 상실했으며, 문화는 단절되고 사회는 혼란에 빠졌고, 모든 사람은 믿음을 상실했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덩푸팡은 1968년 문화혁명 당시 홍위병의 협박에 시달리다 베이징의 한 건물 3층에서 뛰어내려 하반신 마비가 됐다. 이후 1988년 중국장애인연합회를 창설해 주석직을 맡았다.

저명한 자유주의 경제학자인 장웨이잉 베이징대 교수도 최근 중국 정부가 내세우는 ‘중국 모델론’에 대해 “사실에 부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중국의 미래 발전에도 해롭다”고 비판했다. 장 교수의 강연 내용은 베이징대 홈페이지에 게재됐으나 지난 24일 차단됐다.

장 교수는 “중국 모델론에 대한 맹목적인 강조는 국영 부문의 비대화, 국가권력의 팽창, 시장개혁 후퇴, 경제성장의 정체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서구 시각에서 중국 모델론은 두려운 돌연변이로 중국과 서구의 충돌을 불가피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중국 모델론은 강력한 일당 통치, 막강한 국유기업, 정부 주도의 산업정책 등이 중국의 발전 배경이란 이론으로 시 주석 체제에서 더욱 강조돼 왔다.

한편 중국 기업에 신용보증을 하는 중국수출신용보험공사(CECIC) 왕원 대표는 최근 홍콩에서 열린 일대일로 포럼에서 “중국의 해외 인프라 프로젝트 중에는 완전히 부적절한 계획이 많다. 이는 막대한 재정적 손실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대일로는 시 주석이 가장 역점을 두는 대외 프로젝트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