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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난 유대인의 할아버지”… 증오범죄 책임론 돌파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오른쪽)이 29일(현지시간) 미시간주 오클랜드 카운티에서 열린 공화당 유세에서 유대교 랍비 로렌 제이콥스와 함께 피츠버그 총기난사 희생자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 AP뉴시스


미국 중간선거를 코앞에 두고 증오범죄가 잇따라 발생하고 그 여파로 자신의 지지율이 급락하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이 여론 진화에 나섰다. 중간선거에서 가뜩이나 민주당에 밀리는 판국에 증오범죄에 대한 책임론까지 자신에게 돌아오는 등 여론이 악화되자 이를 무마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29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유대인 손자·손녀의 할아버지이며 그의 딸은 유대교를 믿는 미국민”이라며 “그의 사위는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대학살) 생존자의 후손”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이자 백악관 선임고문인 재러드 쿠슈너가 유대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인사들을 겨냥한 폭발물 소포 발송과 유대교 회당 총기난사 사건 등 증오범죄에 원인을 제공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그가 반트럼프 진영 등에 과격한 발언을 쏟아내면서 증오범죄를 부추겼다는 것이다.

상황이 악화되자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한 피츠버그 방문 계획을 소개했다.

하지만 분위기는 좋지 않다. 피츠버그의 유대인 단체는 “직접 백인우월주의를 비난하기 전에는 피츠버그에서 환영받을 수 없다”는 내용의 서한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냈다. 의회전문매체 더 힐은 4만4000명 이상의 시민이 이 서한에 동의 서명을 했다고 전했다. 빌 페두토 피츠버그 시장도 워싱턴포스트에 “희생자를 매장하는 동안에는 대통령이 피츠버그에 오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반면 사건이 발생한 유대교 회당의 랍비 제프리 마이어스는 “대통령이 온다면 언제든지 환영이다. 나는 시민이고 그는 나의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한때 오르던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급격히 떨어졌다. 미국 성인 15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2∼28일 실시된 갤럽의 주간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40%를 기록했다. 이는 전주에 비해 4% 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이번 조사는 증오범죄가 잇따라 터진 시점에서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4% 포인트 빠진 것은 중남미 불법 입국 이민자에 대한 ‘부모자녀 격리정책’이 논란을 빚었던 6월 말 이후 처음이다.

하지만 중간선거를 앞둔 공화당이 의지할 곳은 트럼프 대통령밖에 없는 상황이다. 공화당은 선거 막판 1주일간 ‘트럼프 광고’를 대대적으로 내보낼 계획이라고 CNN방송이 보도했다. 트럼프 캠프의 선거 책임자인 브래드 파스카일은 “600만 달러를 투입해 60초 분량의 TV와 디지털 광고를 방영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피츠버그 유대교 회당 총기난사 범인 로버트 바우어스가 피츠버그 연방대법원에 출석해 인정신문을 받았다. 바우어스는 수갑을 차고 휠체어에 오른 채 연방법원에 출두해 혐의를 순순히 인정했다. 그는 지난 27일 피츠버그 유대교 회당에 들어가 “모든 유대인은 죽어야 한다”고 외치며 총기를 난사해 11명을 숨지게 했다. 민주당 인사 등 14명에게 폭발물 소포를 보낸 시저 세이약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연방법원에 출석했다. 세이약은 재판 중 그의 혐의사실을 설명하는 대목에서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택현 기자,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alle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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