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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속에 칩 심으면… 우리 냥이 집 나가도 걱정 끝!


 
수의사가 지난달 25일 서울 동대문구 봄봄동물병원에서 고양이에게 내장형 전자태그(RFID)를 삽입하는 방법을 시연하고 있다.
 
반려동물의 몸에 RFID를 넣는 데 사용하는 기기.






긴 데다가 굵고 끝이 눈에 띄게 뾰족한 주삿바늘을 보며 떠오른 첫 단어는 ‘혐오감’이었다. 강아지나 고양이용 의료도구라는 설명에도 눈이 찡그려졌다.

지난달 25일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봄봄동물병원에서 마주한 광경이다. 정부가 시행 중인 동물등록제에 쓰이는 의료도구의 첫인상은 썩 달갑지 않았다.

일종의 생체인식표인 전자태그(RFID)를 주입하려면 어쩔 수가 없다고 한다. 주삿바늘 윗부분에 위치한 플라스틱 손잡이를 조절해 전자태그를 넣는 방식이다. 주삿바늘을 찔러 넣는 위치는 대부분 등 부위다. 고양이는 개처럼 목줄에 다는 방식의 외장형 전자태그를 할 수 없는 게 문제다. 목줄 때문에 질식사 위험이 높기 때문에 내장형을 택할 수밖에 없다. 입원 중인 고양이를 대상으로 시술 과정을 시현해 보면서 ‘아프지 않게 할 수는 없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대안이 없는 것이다. 김으뜸 병원장은 “아무래도 반려동물 주인이 혐오감 때문에 전자태그 삽입을 꺼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전했다.

감성을 앞세운다면 피하고 싶은 과정이다. 하지만 매년 10만 마리의 반려동물을 버리거나 잃어버리는 현실을 감안하면 반드시 해야 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삽입된 전자태그는 인식기에 다양한 정보를 쏟아낸다. 이 동물의 주인부터 병원 진료기록까지 볼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2014년부터 개의 동물등록을 의무화한 것도 ‘자율’만으로는 유기견 급증세를 막을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농식품부는 올해 고양이를 대상으로 일부 지역에서 시범사업을 하고 있다. 개 다음으로 많이 버려지는 동물이 고양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내년에는 전국으로 시범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잃어버린 동물과 ‘14%’

정부가 개에 이어 고양이 동물등록을 활성화하려는 이면에는 냉엄한 현실이 자리 잡고 있다. 2일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유기되거나 잃어버린 반려동물 가운데 10만2593마리가 지방자치단체, 민간단체 등을 통해 구조됐다. 전체의 72.5%인 7만4337마리는 개였다. 이어 2만7083마리(26.4%)가 고양이다. 사실상 개와 고양이가 절대 다수인 셈이다. 그나마도 구조를 한 반려동물의 숫자가 이것이다. 이미 야생동물화한 유기견, 주인 없이 떠돌며 사는 ‘길냥이’(길과 고양이의 합성어)는 셀 수도 없다.

구조된 동물들은 보호받을 수 있다. 다만 주인을 찾는 경우는 드물다. 반려동물을 유기했는지, 아니면 잃어버렸는지 분간하기도 어렵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구조한 반려동물의 주인을 찾은 비율은 지난해 14.5%에 불과했다. 나머지 동물들은 분양으로 새로운 주인을 찾거나 죽음을 맞이했다. 자연사 또는 안락사한 반려동물은 47.3%나 된다.

전문가들은 동물등록을 하지 않은 유기동물일수록 죽음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반면 몸속에 전자태그를 삽입하고 있거나 목줄에 전자태그를 달고 있는 반려동물은 주인을 찾을 확률이 높다. 인식기를 댔을 때 주인 신원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운영 중인 ‘동물보호관리시스템’은 전자태그가 있는 것만으로도 해당 동물의 모든 정보를 볼 수 있게끔 설계됐다.

특히 고양이는 전자태그의 필요성이 더 크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주인을 잃어버린 고양이는 방어 차원에서 공격성을 띠기 때문에 지자체 등에서 구조할 때 길냥이와 똑같이 취급하는 경우가 많다”며 “전자태그가 없다면 주인을 찾지 못하고 열악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명품 혈통’엔 전자태그

필요성은 분명히 있지만 시술 과정에 대한 거부감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는 인터넷을 타고 퍼지는 각종 오해도 한몫한다.

반려동물의 몸에 삽입하는 전자태그가 유해하다는 소문이 대표적이다. 반려동물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전자태그 삽입 후 부작용을 호소하는 글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반려동물의 몸속에서 전자태그가 옮겨 다닌다는 괴담도 떠돈다. 반려동물에게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생각할 법한 말들이다.

전문가들은 ‘오해’라고 단언한다. 김으뜸 원장은 “해외에서는 오래전부터 반려동물 전자태그를 사용하고 있지만 부작용이 보고된 적이 없다. 그만큼 안정적이다”고 강조했다. 전자태그가 반려동물의 몸 안에서 움직인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조금씩 이동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피부 안쪽에 주입하기 때문에 반려동물 몸에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김 원장은 해외에서 비싸게 들여오는 이른바 ‘명품 혈통’의 반려동물 사례를 들었다. 이런 ‘귀하신 몸’들은 모두 전자태그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수입 과정에서 통관을 하려면 광견병 주사 접종, 전자태그 삽입이 필수”라며 “혈통 있는 수입 동물의 경우 전자태그가 다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고양이 동물등록이 활성화되지 않는 것은 등록 가능한 지역이 한정돼 있고 사업 자체가 잘 알려지지 않은 탓도 있다. 농식품부는 올해 서울 3개 자치구를 비롯해 전국 27개 지역에서 고양이 등록 시범사업을 하고 있다. 연말까지 시범사업의 결과를 지켜본 뒤 내년에 전국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하지만 어떤 동물병원에서 고양이를 등록할 수 있는지 등을 반려동물 주인에게 알려주는 홍보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고양이의 동물등록이 의무사항은 아니라는 점도 바뀌어야 할 문제로 꼽힌다.

조희경 대표는 “잃어버렸을 때 주인을 찾기 위해서라도 동물등록제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글·사진=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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