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 승리 후, 10월 2일 제5차 아베 내각이 출범했다. 그런데 개각 보름여 만에 가타야마 사쓰키 지방 창생상, 와타나베 히로미치 부흥상, 미야코시 미쓰히로 오키나와·북방영토담당상 등 새 각료들의 비리 의혹이 잇따라 터져 나왔다. 2018년 초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 아베 신조 총리의 사학스캔들이 재점화되면서 아베 내각의 지율이 급락했던 것을 비춰보면, 이미지 전환이 시급한 내각에게 필요한 뉴스와는 꽤 거리가 멀어 보였다.
이 같은 일본 정치계의 연이은 비리를 내각 관료의 개인적인 자질 문제가 아니라, 일본의 정치제도와 행정제도의 관계성에 주목해 살펴본 신간이 출판됐다. 정치학자인 마키하라 이즈루는 ‘무너지는 정치를 바로잡는다’를 통해 정치 주도를 외치며 시행된 일련의 제도 개혁이 일본 관료제의 기능부전으로 이어졌고, 이에 더해 제도의 투명성 문제도 가져왔음을 지적한다.
주목할 점은 2009년부터 3년간 집권했던 민주당 정권의 관료제 개혁 연장선상에서 2013년 이후의 아베 정권을 바라봤다는 점이다. 38년 동안 유지된 이전의 자민당 정권에서는 관료제가 나름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음에 비해, 2013년 이후의 아베 정권은 관료제에 강한 통제를 가해 정책 전환을 달성했음을 역설한다.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 일본에서는 총리와 내각, 관료의 관계를 제도 장치와 그 안에서 규정되는 역학관계로 이해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데, 이 책은 그런 관계에 대한 치밀한 분석이 돋보인다.
나고야=유혜림 통신원 (나고야 상과대학 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