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들에게 ‘변신’만큼 어려운 건 익숙한 걸 새롭게 표현하는 일일 테다. 이걸 ‘성숙’이라 부른다면, 이 수식어에 어울리는 배우가 있다. 배우 남지현(23)이다.
tvN 드라마 ‘백일의 낭군님’의 성공은 괄목할 만했다. 지난 30일 14.4%(닐슨코리아)의 시청률로 끝을 맺었다. 같은 시간대 드라마 중 1위는 물론이고, 역대 tvN 드라마 중 4위라는 성적표까지 거머쥐었다.
“정말 감사하죠. 얼떨떨하면서도 행복해요.” 최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난 남지현은 말간 미소를 머금은 채 얘기했다.
극 중 홍심은 조선 세자 이율의 연인으로 당차고, 똑 부러진 여인이다. 한편으론 역적이란 모함을 받아 몰락한 양반 가문 출신이라는 아픈 과거와 상처를 지녔다. 여러 성격을 가진 터라 세심한 내면 표현이 요구됐다.
“홍심은 종합선물세트 같은 캐릭터예요. 그간의 작품들에서 다듬은 모습들을 한데 모아 보여드리는 느낌이었어요. 제 실제 성격과 닮은 부분도 많았고요. 홍심이는 사건이 터졌을 때 어떤 게 옳은지 고민하고 가치관에 따라 판단을 내려요. 또 바로 행동으로 옮기죠(웃음). 공감이 많이 가는 캐릭터였어요.”
남지현은 어느덧 데뷔한 지 15년차에 이른다. MBC ‘사랑한다 말해줘’(2004)에서 아역으로 데뷔해 MBC ‘쇼핑왕 루이’(2016), SBS ‘수상한 파트너’(2017) 등을 연달아 흥행시키며 성인 연기자로 안착했다.
전작에서 그가 소화한 인물들은 대동소이했다. 씩씩하고 밝은 에너지를 지녔다. 남지현은 작품마다 자신만의 똑똑한 캐릭터 해석을 바탕으로 진부함을 피하고 신선함을 취하는 데 성공했다. 홍심도 마찬가지다.
“로맨스 코미디지만 정통 멜로 같은 분위기가 났으면 하고 바랐어요. 안타깝게 헤어진 원득을 그리워하는 홍심의 마음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들을 설득력 있게 담아내고 싶었어요.”
무엇보다 ‘백일의 낭군님’의 성공은 현장의 밝은 분위기 덕분이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모이면 웃느라 바빴다”는 그는 “오래전부터 한 마을에 살던 사람들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함께 있으면 그게 곧 유쾌한 송주현 얘기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촬영장 밖 남지현은 또래처럼 미래를 고민하는 평범한 대학생이다. 서강대 심리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그는 “학교생활이 잘 맞는다. 흥미로운 수업들도 많다”며 웃어 보였다.
20대 배우로서의 전망을 묻자 “자신만의 색깔을 찾는 게 중요한 것 같다”는 답이 돌아왔다. “약점은 극복하고, 강점은 단단하게 만들어가야죠. 극적인 변화보다는 욕심내지 않고 새로운 모습을 천천히 보여드리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