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일본 정부가 강력하게 항의하고 있는 가운데 한·일 외교 수장이 31일 전화로 양국 입장을 교환했다. 우리 정부가 마련 중인 대응 방안과 일본 측의 반응에 따라 한·일 관계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오전에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전화 통화를 갖고 전날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한 입장을 교환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강 장관은 “우리 정부는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며, 이번 판결 관련 사항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토대로 제반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응방안을 마련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고노 외무상은 “징용을 둘러싼 문제는 1965년 국교정상화 때 해결이 난 것”이라며 “한·일 관계의 법적기반이 근본적으로 손상됐다는 점을 일본이 무겁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고 NHK방송 등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고노 외무상은 ‘국제사법재판소 제소 등을 언급했느냐’는 질의에 “한국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대응을 협의하고 있다고 하니 결정을 기다려볼 것”이라고 답했다.
외교부는 일본의 반응이 전날보다 한결 누그러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어제 일본 반응은 강경한 톤이었는데, 오늘 통화에서 일본 측의 용어와 어조가 ‘톤다운’됐다고 들었다. 결론은 미래지향적 양국 관계가 중요하니 그런 관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노력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대응 방안에 따라 한·일 관계가 또 한 번 출렁일 수도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고노 외무상이 공식적으로 한국 정부의 대응을 지켜보겠다고 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양국 관계를 전망하기 어렵다”며 “우리 정부의 대응 방안을 일본 정부가 납득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외교부와 행정안전부, 법무부를 중심으로 민간 전문가와 함께 대응 방안을 만들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조현 외교부 제1차관이 지난 25일 일본을 방문해 아키바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에게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로 설립된 ‘화해·치유재단’ 해산 방침을 전달했다고 일본 아사히신문이 이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한·일 차관회담에서는 화해·치유재단 처리 문제를 포함해 한·일 관계 제반 현안 등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교환했다”고 설명했다.
최승욱 이상헌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