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한 피츠버그에 방문했지만 지역사회로부터 철저히 외면받았다. 최근까지 분열의 정치를 펴온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미국 국민들의 호불호가 극단적으로 갈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는 30일(현지시간) 피츠버그 유대교 회당에서 열린 총기난사 피해자 장례식에 참석해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트럼프 대통령 사위이자 유대인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과 유대교로 개종한 이방카도 동행했다. 사건 당시 예배를 주재했던 랍비 제프리 마이어스의 주재로 유대교식 장례가 치러졌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여론은 여전히 싸늘했다. 회당 인근에는 시민 1300여명이 모여 “우리는 당신을 환영하지 않는다” “증오 반대, 트럼프 반대”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정치권도 트럼프 대통령과 거리를 뒀다. 공화당 소속 폴 라이언 하원 의장과 민주당 낸시 펠로시 하원 원내대표 등 여야 지도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피츠버그 동행 초청을 거부했다고 CNN방송은 보도했다.
피츠버그 지역 정치인과 시민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분열과 선동의 정치로 백인우월주의자와 우파극단주의자들이 증오범죄를 부추겼다고 믿고 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반대세력에 대해 막말을 일삼은 것을 언급하며 “그의 발언은 숨어서 증오 발언(hate speech)을 하던 사람들을 양지로 나오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피츠버그에서 따뜻한 환대를 받았다. 소규모 시위는 보이지 않았다”며 “가짜뉴스가 정반대의 이야기를 전한 것”이라고 트위터를 통해 반박했다.
한편 중간선거를 앞두고 저학력 백인 남성과 고학력 백인 여성의 지지 정당이 확연히 갈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0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졸 백인 여성 응답자의 61%가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공화당 지지는 28%에 그쳤다.
고졸 이하 백인 남성들은 압도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다. 공화당을 지지한다는 응답자는 66%였다. 민주당 지지 응답은 24%에 불과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우선주의 혜택을 본 고졸 이하 백인 남성들이 대졸 백인 남성들을 대체해 공화당 지지층으로 떠올랐다고 WSJ는 전했다. 공화당 후보들도 불법이민 규제를 공약으로 내세우며 백인 고졸 이하 남성들의 환심을 사고 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