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각계의 반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반(反)이민 이슈를 쟁점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중간선거가 1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자국민의 이민자 혐오 정서를 노골적으로 자극하는 메시지를 연일 쏟아내고 있다. 2016년 대선 승리에 최대 공헌을 한 백인 저소득 계층을 다시 결집해 대반전을 노리겠다는 의도가 다분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선거 광고 동영상을 공개했다. 광고는 2014년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에서 경찰관 2명을 총으로 살해한 멕시코 출신 불법 이민자 루이스 브라카몬테스의 재판 장면을 소재로 삼았다. 브라카몬테스가 재판정에서 “경찰관 살해를 후회하지 않는다” “사람을 더 죽이겠다”며 폭언하는 가운데, ‘불법 이민자 브라카몬테스가 우리 국민을 죽였다’ ‘민주당이 그를 받아들였다’ ‘민주당이 그를 머무르게 했다’는 자막을 보여줬다.
이어 광고는 중앙아메리카 출신 이민자 행렬(Caravan·캐러밴)이 행진하는 장면, 이들이 철조망을 타고 넘는 장면 등을 보여주며 ‘민주당은 또 누구를 받아들일 것인가’라는 자막을 띄웠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미국을 다시 안전하게 만들 것’이란 문구로 마무리지었다. 불법 이민자는 곧 범죄자이며 민주당이 이들을 미국으로 끌어들이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그대로 영상으로 옮겨놓은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동영상을 올리며 “민주당이 우리나라에 끼친 해악은 너무도 충격적이다. 지금 당장 공화당에 투표하라”고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헌법 위반’ 지적이 나오는 출생 시민권 폐지도 밀어붙일 태세다. 트럼프 대통령은 플로리다주 유세에서 “(출생 시민권) 정책 때문에 우리나라에 불법으로 들어온 사람이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는 영원히 시민권을 갖게 된다. 대단하다”면서 “이 정책이 ‘원정 출산(birth tourism)’이라는 산업까지 만들어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서열 1위 폴 라이언 하원의장이 “출생 시민권 제도를 행정명령으로 폐지할 수 없다”고 말한 데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의견만 내지 말고 선거에나 집중하라”고 트위터를 통해 핀잔을 줬다. 그러면서 “공화당이 다수인 새 의회와 함께 이민자들을 막고 국경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캐러밴 저지를 위해 국경 지역에 최대 1만5000명의 병력을 증원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