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다음 주 열릴 예정인 북·미 고위급 회담을 앞두고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직접 비판했다.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들은 1일 김 위원장이 강원도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건설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적대세력들이 우리 인민의 복리 증진과 발전을 가로막고 우리를 변화시키고 굴복시켜 보려고 악랄한 제재 책동에만 어리석게 광분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시련 속에서 자기 힘을 백배로 비축한 우리 국가가 어떻게 우리의 힘과 기술, 우리의 손으로 강대한 나라를 꾸려 나가는가를 뚜렷이 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지금 나라 사정이 의연 어렵고 긴장한다(힘들다). 모든 것이 어렵고 긴장한 오늘과 같은 시기에 방대한 창조대전에서 연속적 성과를 확대해 나가는 것은 적대세력에게 들씌우는 명중포화”라고도 했다.
김 위원장이 대북 제재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표출한 것은 지난 9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 이후 처음이다. 또 김 위원장이 나라 사정이 어렵다고 이야기한 것도 매우 이례적이다.
북한이 김 위원장의 이런 메시지를 공개한 것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다음 주로 예고한 북·미 고위급 회담에서 비핵화의 상응조치로 대북 제재 완화 및 해제를 요구할 것임을 시사한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이 직접 대북 제재를 언급했다는 것은 북·미 협상에서 제재 문제가 반드시 논의돼야 한다는 점을 미국에 거듭 강조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고위급 회담에서 제재 해제 요구에 대해 미국 측이 성의를 보이지 않을 경우 비핵화 협상도 진전을 이루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 많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