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이 외출할 때 홀로 집에 머무는 반려동물을 살피기 위해 설치한 IP카메라(Internet Protocol Camera, 유무선 인터넷에 연결해 사용하는 카메라)를 해킹해 사생활을 엿본 이들이 경찰에 적발됐다. 인터넷에 연결된 IP카메라는 원격 조작이 가능하다.
경찰청 사이버성폭력 수사팀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황모(45)씨 등을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1일 밝혔다.
웹 프로그래머인 황씨는 2012년 P반려동물사이트에 회원으로 가입해 사이트를 통해 구입한 IP카메라를 집에 설치했다. 어느 날 자신의 카메라가 해킹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아챈 황씨는 2014년부터 보안의 취약점을 찾아내 다른 회원들의 카메라를 해킹하기 시작했다. 지난 9월까지 황씨는 IP카메라 1만2215대의 접속정보(ID·비밀번호 등)를 해킹하고 이 중 264대에 접속해 피해자들의 사생활을 훔쳐보거나 관련 영상물을 저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독거 여성들이다. 참고로 P사이트는 반려동물 감시용 IP카메라를 판매하면서 접속정보를 사이트 서버에 등록하도록 했다.
경찰은 이모(33)씨 등 9명도 입건해 수사 중이다. 이들은 IP카메라 해킹을 다룬 언론기사를 보고 인터넷을 통해 해킹 프로그램과 IP카메라 관련 정보를 입수, 타인의 카메라에 접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 등이 2014년 6월부터 지난달까지 가정집 등에 설치된 IP카메라 47만5164대(국내 5만9062대, 해외 41만6102대)의 접속정보를 알아낸 뒤 이 중 4912대에 3만9706회에 걸쳐 접속했다. 이들이 저장한 영상에는 성행위 등 피해자들의 민감한 사생활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황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황씨가 범죄 사실을 시인했고 증거가 확보됐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또 P사이트가 부가통신사업자 신고 없이 정보통신서비스를 제공한 것으로 보고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로 사이트 운영업체 대표도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들 대부분은 IP카메라 제품 구매 당시 설정된 초기 비밀번호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며 “피해를 줄이기 위해 비밀번호를 수시로 바꾸고 소프트웨어를 꾸준히 업데이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