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연평 포격’ 北 해안포 폐쇄… 주민들 “아직 실감 안 나”

9·19 군사합의에 따라 서해 완충수역 일대에서 남북 간 적대행위가 전면 중지된 1일 인천 연평도 인근 해상의 우리 해군 고속정 함포에 흰색 덮개가 씌워져 있다(붉은 원). 연평도=사진공동취재단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1.5㎞ 떨어진 연평도 관측소(OP)에서 1일 바라본 북측 해안포 대부분은 포문이 닫혀 있었다. 연평해전과 연평도 포격 도발 등으로 54명의 전사자가 발생했던 서해 최전방이 평화수역으로 바뀔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국방부는 지상·해상·공중에 설정된 완충구역에서 남북이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한다는 9·19 군사합의를 이행하는 첫날인 이날 서해 완충수역 모습을 언론에 공개했다. 취재진이 찾아간 연평부대에서 12㎞ 떨어진 북측 개머리지역에는 남측을 겨냥한 85㎜ 해안포와 122㎜ 방사포가 배치돼 있다. 2010년 연평도 포격 도발 당시 포탄 170여발이 날아왔던 이 일대 해안포는 포문이 닫힌 상태였다.

다만 망원경으로 바라본 개머리지역 4개 해안포 중 1개 포문이 열려 있었다. 이날 오전 우리 군은 북측에 전통문을 보내 이에 대해 문의했고 ‘상부에 보고해 조치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군 관계자는 “의도하지 않은 우발 상황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연평도에서 7㎞ 떨어진 북측 장재도에 포문 2개가 열려 있었지만 이곳은 실제 포를 배치하지 않은 ‘위장 진지’라는 게 군 당국의 판단이다.

남측 연평부대는 합판과 위장막으로 해안포 10문을 모두 닫았다.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기동 중인 해군 고속정에 탑재된 40㎜ 함포에도 흰색 덮개가 씌워져 있었다.

연평도 주민들은 아직 적대행위 중지 상황을 낯설게 받아들이는 듯했다. 한 주민(58)은 “경비계선(북한이 주장하는 해상경계선)을 넘어왔다는 북측 통신을 들은 것은 10월 20일이 마지막이었다”며 “아직은 (적대행위 중지가) 피부로 와 닿지 않는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실질적 전쟁 위험을 제거하는 중요한 전기가 마련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남북 간 수차례 교전이 발생한 서해 완충구역에서 양측이 함포와 해안포의 포구·포신에 덮개를 설치하고 포문을 폐쇄함으로써 우발적 충돌 가능성을 현저히 낮춘 것은 의미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최고위원 등 여당 지도부가 오는 8일 연평도를 방문할 예정이다. 민주당 지도부가 연평도를 찾는 것은 2014년 1월 이후 4년여 만이자 정권교체 이후 첫 방문이다. 당 차원에서 남북 평화 분위기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행보라고 볼 수 있다. 연평도 방문은 이 대표가 직접 추진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그동안 고생한 장병들을 격려하고 살얼음판에서 꽃게잡이를 해온 어민들을 위로하기 위한 방문”이라며 “당대표의 의지가 반영돼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번 방문으로 9·19 군사합의를 두고 자유한국당이 제기한 NLL 양보 논란을 가라앉히고 문재인정부의 대북 정책 성과를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김경택 심희정 기자, 연평도=공동취재단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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