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대체복무 봉사활동 시간을 부풀려 조작한 장현수가 국가대표 선발 자격을 영구히 박탈당했다. 축구선수로는 역대 개인 최고액인 3000만원의 벌금도 부과됐다. 5년 넘게 국가대표 수비수로 활약해온 장현수는 태극마크를 다시는 달 수 없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대한축구협회는 1일 공정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징계를 내렸다. 서창희 공정위원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장현수에 대해 영구히 국가대표 선발자격을 박탈하고 벌금 3000만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당초 예상됐던 1시간을 훌쩍 넘긴 2시간여의 심사숙고 끝에 중징계를 결정했다. 이날 공정위에는 서 위원장과 오세권 부위원장을 포함해 6인의 위원이 참여했다.
서 위원장은 “국가대표 축구단 운영규정에 따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자는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며 “이 같은 일이 향후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해 강한 징계를 내렸다”고 말했다. 특히 “장현수에 대한 사면은 없다”고 못박았다. 3000만원의 벌금에 대해서는 “명예를 실추한 행위에 대해 부과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의 결정은 국가대표로서 병역특례라는 큰 혜택을 받았음에도 최소한의 봉사활동마저 기피한 장현수에 대해 분노한 여론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서 위원장은 “대한민국 국민의 선망을 받는 국가대표 선수로서 잘못된 행동이었다”고 지적했다. 장현수는 공정위를 통해 깊이 반성하며 어떤 벌이든 달게 받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장현수는 2014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특례를 받았다. 이 경우 34개월간 군복무 대신 체육요원으로 편입된 채 544시간 동안 청소년 등을 대상으로 축구 관련 봉사활동을 해야 병역을 이행한 것으로 인정받는다. 장현수는 지난해 12월부터 두 달간 모교인 서울 경희고등학교에서 총 196시간의 봉사활동을 했다며 국민체육진흥공단에 자료를 제출했지만, 이는 조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대설주의보가 발령돼 폭설이 내린 날 맑은 날씨에 훈련하는 사진이 첨부돼있는 등 봉사 시간이 과장돼 있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 23일 병무청 국정감사를 통해 이 같은 의혹을 폭로했고, 장현수는 이를 시인했다. 협회는 논란 직후 이달 열리는 호주 및 우즈베키스탄과의 A매치 소집에서 장현수를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도 병역법에 따라 장현수에게 경고를 하고, 5일 복무 연장 처분을 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과거 사례에 비추어보았을 때 장현수가 받은 징계는 결코 가볍지 않다. 2007년 아시안컵 대회 도중 이운재, 우성용, 김상식, 이동국이 숙소를 이탈해 술을 마신 것이 드러나며 큰 파문이 일었다. 당시 협회는 상벌위원회를 열고 사건을 주동한 이운재에게 국가대표 자격정지 1년, 협회 주최 대회 출전 정지 3년, 사회봉사 80시간의 징계를 내렸다. 이운재와 함께했던 3명은 국가대표 자격정지 1년, 협회 주최 대회 출전 정지 2년, 사회봉사 40시간에 그쳤다.
장현수 스캔들은 선수 개인의 문제를 넘어 축구 대표팀의 상승세를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대표팀은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독일전에서 거둔 극적 승리와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우승 이후 지펴진 축구 열기에 힘입어 A매치 4경기 연속 매진에 성공했다. 그러나 파울루 벤투 감독이 핵심 자원으로 아꼈던 장현수가 도덕성 문제로 대표팀에서 영영 낙마함에 따라 수비진을 긴급 재편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