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반도체 노동자들의 백혈병 등 질병과 관련해 피해자들 앞에서 공식 사과한다. 현직·퇴직자를 불문하고 질병에 걸린 전원이 대상이며 개인당 최대 1억5000만원의 보상도 실시한다.
‘삼성전자 반도체 등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질환 발병과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는 1일 최종 중재안을 발표했다. 앞서 지난 7월 삼성전자와 피해자를 대변하는 시민단체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는 조정위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조정위는 이날을 기해 조정·중재 절차의 종료를 선언하면서 이달 내 삼성전자와 반올림의 협의에 따라 합의이행 협약식을 개최하도록 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즉각 “중재안을 조건 없이 수용하고 구체적인 이행안을 서둘러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중재안을 보면 삼성전자 대표이사가 이달 내로 피해자 및 가족을 초청해 기자회견 등의 공개방식으로 사과문을 낭독해야 한다. 삼성전자 대표이사 가운데 반도체 부문을 이끌고 있는 김기남 사장이 사과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데 기자회견 날짜는 이달 중순이 유력하다.
피해 보상액은 백혈병의 경우 개인당 최대 1억5000만원으로 책정됐다. 비호킨림프종, 뇌종양, 다발성골수종은 1억3500만원까지 보상받을 수 있다. 총 16종 암이 보상 대상이다. 지금까지 반도체나 LCD와 관련해 논란이 된 암 가운데 갑상선암을 제외한 대부분이 포함됐다. 각종 희귀질환, 생식질환 등도 보상 대상에 들어갔다. 보상 대상은 삼성전자 최초의 반도체 양산 라인인 기흥사업장의 제1라인이 준공된 1984년 5월 17일 이후 반도체·LCD 라인에서 1년 이상 일하다가 관련된 질병을 얻은 사람 전원이다. 조정위는 “가능한 한 피해를 폭넓게 인정하되 보상 수준은 산업재해 보상보다 낮게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는 반도체 관련 질병의 재발방지를 위해 산업안전보건 발전기금 500억원을 출연한다. 중재위는 “전자산업을 비롯한 산재취약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보호하고 중대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반도체 질병과 관련해 삼성전자가 중재위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에는 지난 2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된 이재용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을 두고 고민 중인 이 부회장이 해묵은 문제를 풀겠다고 결심했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입장에서 중재 방식을 수용하는 건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