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 사이에서 ‘쇼핑의 고수’로 불리는 박혜원(30)씨는 결혼을 앞두고 11월을 손꼽아 기다렸다. 결혼식은 내년 4월 예정이지만 신혼살림을 알뜰하게 마련하기에 11월이 최적기라는 판단에서다. 박씨는 “덩치가 큰 냉장고, 세탁기, TV는 신혼집이 마련되면 준비해야겠지만 크기가 작은 전자제품이나 주방용품은 미리 사둘 계획”이라며 “1년 중 가장 할인 폭이 큰 때라 알뜰 쇼핑을 하려면 11월을 공략해야 한다”고 말했다.
쇼핑의 계절이 왔다. 공휴일이 하루도 없고, 옷깃을 스미는 찬바람이 몸을 움츠러들게 하고, 밤이 길어져 외출도 선뜻 내키지 않는 11월이지만 쇼핑을 즐기는 이들에겐 한 달 내내 축제 기간이다.
미국의 대대적인 할인 행사인 ‘블랙 프라이데이’(매년 11월 넷째주 금요일), 중국 최대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의 빅세일 ‘광군제’(11월 11일)의 영향으로 우리나라에도 11월 세일 붐이 생겼다. 쉬는 날이 아니어도, 이불 밖으로 나오기 싫은 날씨에도 온라인·모바일 쇼핑에는 제약이 없다는 것도 한 몫 거들었다.
11월이 쇼핑 시즌이라는 것은 통계로도 입증된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온라인 쇼핑 동향’을 보면 11월 한 달 동안 거래액이 7조5850억원으로 2017년 월별 기준으로 최고 기록을 세웠다. 온라인 쇼핑으로 가장 많이 구매한 부문은 여행·서비스(13.6%)였다. 의복(13.2%), 가전·전자·통신기기(12.3%), 식료품(11.8%), 생활·자동차용품(9.3%), 화장품(8.2%) 등 순이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대대적인 할인 행사가 이달에 펼쳐진다. G마켓·옥션·11번가 등 대형 이커머스 업체들은 대규모 물량을 쏟아낸다. G마켓·옥션은 ‘빅스마일데이’를, 11번가는 ‘십일절 페스티벌’을 11일까지 진행한다. 쇼핑 고수들을 실망시키지 않을 만한 내용들로 준비됐다.
온라인 쇼핑의 핵심은 빠른 판단력과 신속한 손놀림이다. 신중하게 고민하다가는 품절만 경험할 뿐이다. 진정한 득템은 손이 빠른 자에게 돌아간다.
특히 시간대별로 한정 물량을 판매하는 ‘타임딜’은 사고 싶은 마음이 동하면 구매부터 하길 권한다. 할인 폭이 큰데다 쏠쏠한 사은품까지 딸려있는 ‘타임딜’ 상품은 최저가 검색이 별 의미 없다. ‘선 결제 후 판단’이 고수의 비법이다. 한 사람이 살 수 있는 물량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나의 선결제가 선량한 피해자를 대거 양산하지는 않으니 마음 놓아도 된다.
11번가는 ‘십일절 페스티벌’에서 1638개 브랜드 제품을 할인 판매하고 있다. 십일절 페스티벌 개장 첫날인 지난 1일부터 품절 행진이 이어졌다. ‘타임딜’로 내 놓은 에어팟 1000대는 2분, 신라호텔 제주 숙박권 300장은 20분만에 품절됐다. 아웃백 할인권은 13만장이 판매 개시 약 7시간 만에 다 팔렸다.
11번가가 진행하는 ‘오늘의 예약구매’도 눈여겨 볼 만하다. 샤넬 프라다 구찌 생로랑 등 명품 가방과 애플워치, 삼성 공기청정기, 씰리침대 프리미엄 매트리스, 골든구스 스니커즈 등은 일찌감치 예약 마감됐다. 예약구매로 공기청정기를 산 박씨는 “결제하고 ‘새로고침’을 누르니 예약 마감이 떴다. 심장이 쫄깃해진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G마켓과 옥션의 ‘빅스마일데이’ 행사도 마찬가지다. ‘오늘의 특가’와 ‘빅딜’ 제품들을 중심으로 최대 70%까지 할인된 상품들을 만날 수 있다. 특히 매일 밤 12시 업데이트 되는 ‘오늘의 특가’ 코너를 예의주시해야 한다. 득템은 밤에 찾아온다. 상품 구성을 다양화 해 홈쇼핑 인기 제품도 ‘빅스마일데이’ 특가로 살 수 있다. G마켓과 옥션은 1000만여개 제품을 특가로 내놨다.
11월 행사에서 품절 사태만 겪지 않으려면 빠른 결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간편 결제’ 규모가 커지면서 이커머스 업체들도 간편 결제 시스템을 도입했다. 11번가는 ‘11페이’, G마켓·옥션은 ‘스마일 페이’를 등록해 놓으면, 쇼핑 때마다 간단하게 비밀번호 입력만으로 결제가 가능하다. 적용 가능한 쿠폰이 자동 탑재되는 것도 장점이다. ‘11페이’ ‘스마일페이’는 첫 구매 할인도 있으니 온라인 쇼핑 초보들도 한 번 도전해볼 만하다.
백화점, 대형마트도 한 달 내내 할인 행사와 다양한 이벤트를 예고했다. 행사 품목과 스케줄을 꼼꼼하게 챙기고 각종 쿠폰을 알뜰하게 사용하면 ‘연중 최저가’ 구매가 가능하다.
이마트는 창립 25주년까지 겹치며 대규모 하인 행사 ‘블랙이오’를 오는 28일까지 진행한다. 1∼2주 단위로 행사 품목이 바뀌니 홈페이지, 모바일 앱 등으로 스케줄을 체크해보는 게 좋다. 달걀, 바나나 등 신선식품과 간장, 만두 등 가공식품 등 생활밀착형 제품들이 최저가로 판매된다.
롯데마트는 오는 14일까지 최대 40% 할인 행사를 연다. 롯데백화점이 운영하는 온라인몰 엘롯데는 9∼14일 제 1회 해외 명품대전을 기획했다. 프라다, 버버리 등 명품 브랜드 인기 상품을 최대 60%까지 할인 판매한다. IT·전자 제품을 살 계획이 있다면 9∼11일 신세계백화점 신세계몰 행사를 눈 여겨 보길 권한다. 최대 30% 할인행사가 진행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4일 “IT산업의 발달로 전통적인 비수기였던 11월이 유통가 최고의 성수기가 됐다. 1년 전부터 준비하는 곳도 적잖다”며 “우리나라에서도 11월 할인 행사가 전통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