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SUV는 예전처럼 구성원 수가 많은 가족, 야외활동이 많은 운전자들만 타는 게 아니다. 초보 운전자의 첫 차로도, 오프로드가 아닌 시내 주행용으로도 SUV는 선호하는 차종이 됐다. SUV는 실용성과 더불어 세단 못지않은 승차감과 강력한 주행 성능, 매력적인 디자인 등 등 소비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면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대세로 자리잡았다.
특히 수입차 시장에서 SUV의 판매 증가는 주목할 만하다. 지난 9월 수입차 시장에서 SUV 비중은 30%를 넘겼다. SUV 판매가 꾸준한 상승 곡선을 그리다보니 자동차업체들은 아예 차종의 포트폴리오를 SUV 중심으로 재편하거나 소형부터 대형까지 다양한 체급의 SUV를 만들어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SUV 라인업은 국내 시장에서 다양한 수요층을 공략하면서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SUV 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대표적인 해외 브랜드 중 하나는 볼보다. 볼보는 SUV 라인업인 ‘XC레인지’로 국내 시장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16년 대형 SUV ‘올 뉴 XC90’, 지난해 중형 SUV ‘올 뉴 XC60’을 국내에 출시한 데 이어 지난 6월 소형 SUV ‘XC40’을 선보이며 SUV 라인업을 완성했다.
볼보 XC레인지는 올해 1∼9월 총 3199대를 판매하며 전체 판매량(6507대)의 49.2%를 차지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올 말까지 53%, 내년엔 60%를 내다본다. 볼보는 ‘사람’과 ‘안전’을 브랜드 기본 철학으로 다양한 첨단 옵션사항들을 기본으로 적용했다.
이윤모 볼보자동차코리아 대표는 지난달 24일 강원도 정선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볼보 본사에서도 국내 시장의 중요성과 성장 가능성을 인지하고 당초보다 많은 물량을 인도하고 있다”면서 “올해 국내 XC레인지 판매량은 4500대, 전체 판매량은 8500대 이상을 예상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XC레인지 판매량은 지난 2013년 609대에 불과했고 지난해에도 2600대 수준이었다.
푸조는 SUV 중심으로 라인업을 개편하며 브랜드 변화와 성장까지 달성한 대표적인 예다. 푸조는 기존에도 브랜드 판매량을 책임지던 소형 SUV ‘푸조 2008 SUV’에 힘을 보태줄 준중형 SUV ‘푸조 3008 SUV’, 대형 7인승 SUV ‘푸조 5008 SUV’를 지난해 국내에 출시하며 SUV 라인업을 구축했다.
푸조는 “우수한 상품성과 경쟁력 있는 가격을 앞세워 국내 소비자를 공략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SUV 모델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 결과 3008 SUV는 올해 1∼9월 총 1784대, 5008 SUV는 1054대가 판매됐으며 이는 전체 판매량(3725대)에서 무려 76%를 차지한다. 푸조 공식수입원인 한불모터스 관계자는 4일 “차량의 인기를 반영하듯 3008 SUV와 5008 SUV의 물량은 지난달을 끝으로 완판됐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은 다른 수입차 브랜드들도 마찬가지다. 랜드로버코리아는 국내에서 올해 1∼9월 9720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 대비 33.2% 판매량 성장을 이뤄냈다. 랜드로버코리아가 지난 4월 5년 만에 부분변경된 ‘뉴 레인지로버’와 ‘뉴 레인지로버 스포츠’를 내놓는 등 라인업을 강화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국내 자동차업체들도 SUV에 힘을 쏟고 있다. ‘SUV 명가’로 자리매김한 쌍용자동차의 경우 ‘G4 렉스턴’과 ‘렉스턴 스포츠’ 등 렉스턴 브랜드가 내수 성장세를 주도하고 있다. 국내에 대형 SUV 시장의 문을 연 렉스턴은 현재 ‘G4 렉스턴’으로 진화했다. 올들어 9월까지 G4 렉스턴의 누적 판매대수는 1만2415대다. 픽업형 렉스턴 스포츠는 지난달 4099대가 판매되며 전년 대비 139.1% 증가한 월 최대 수치를 기록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SUV 차량인 ‘QM’ 시리즈가 판매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판매 수치의 경우 중형 모델인 ‘QM6'는 동급 가솔린 모델 판매 1위를 달리고 있다. QM6는 지난달 월 3000대 판매를 넘어섰고(올해 누적 판매 2만4431대), 소형 SUV인 ‘QM3’ 역시 꾸준한 판매량을 보이며 올들어 지난달까지 누적 판매 5000대를 돌파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