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法, 49년간 ‘유죄’ 선고… 2015년부터 하급심 잇단 ‘무죄’



종교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법원의 태도는 2000년 이후 변화하기 시작했다. 대법원은 1969년 확립한 판례에 따라 일관되게 유죄를 선고해왔지만 2004년 첫 무죄 선고 뒤 2015년부터 무죄 선고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사례는 36건이다.

대법원이 49년간 유지해온 판례는 69년 7월 22일 판결에서 나왔다. 대법원은 “그리스도인의 소위 양심상 결정으로 군복무를 거부하는 것은 헌법에서 보장한 양심의 자유에 속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법원 내부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반이다. 2002년 1월 서울남부지원 형사1단독 판사였던 박시환 전 대법관은 병역법 제88조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2004년 5월 서울남부지법 형사6단독 이정렬 판사는 여호와의 증인 신도 오모씨에게 처음으로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2004년 7월 전원합의체에서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같은 해 헌법재판소도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양심의 자유가 제한되나 입법 정당성이 인정되고 국가안보·병역 의무의 공평한 부담은 중요한 공익”이라며 합헌 결정했다.

광주지법, 수원지법 등은 2015년 잇따라 종교적 병역거부에 무죄를 선고했다. 2015년 6건, 2016년 7건에 대해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김영식 광주지법 부장판사는 2016년 10월 항소심에서 처음으로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 6월 헌재는 병역법에서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을 거부할 경우 처벌하는 조항은 합헌이라는 판단을 유지했다. 다만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조항에 대해서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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