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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출신 노동자”… 아베, 징용 부인 ‘망언’

사진=AP뉴시스


아베 신조(安倍晋三·사진) 일본 총리가 1일 국회에서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해 ‘옛 한반도 출신 노동자’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는 일본 정부와 언론이 그동안 사용해온 ‘징용공(徵用工)’ 명칭에서 강제성을 배제한 것으로, 피해 배상 책임을 회피하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아베 총리가 이 표현을 쓰면서 일본 정부 역시 앞으로 강제징용은 아니라는 억지 주장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베 총리는 이날 중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 배상 판결에 대해 “일본 정부는 ‘징용공’이라는 표현 대신 ‘옛 한반도 출신 노동자’ 문제로 말하고 있다”며 “이번 재판의 원고 4명은 모집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당시 국가총동원령법 국가징용령에는 모집과 알선, 징용이 있었다”며 “이번 재판의 원고는 모집에 응했다고 표명했기 때문에 한반도 출신 노동자라고 말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상 판결은) 한·일 관계 협력에 역행하는 움직임으로, 매우 유감”이라고 했다.

아베 총리는 이와 함께 “(강제징용 문제는)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완전히, 최종적으로 해결됐다. 이번 판결은 국제법상 있을 수 없는 판단”이라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아베 총리의 발언은 대법원 판결의 원고 4명이 당시 ‘징용’이 아니라 ‘모집’에 응했으며, 피해자들이 강요가 아닌 자발적인 노동을 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으로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 등 대응을 앞두고 ‘합법적 노동’이라는 국제여론전을 벌이기 위한 차원으로도 보인다. 아베 정권은 그동안 일본군 위안부 문제 역시 강제성은 없었다고 주장해 왔다. 일본 정부는 불과 열흘 전까지만 해도 ‘징용공’ 표현을 써왔으나 대법원 배상 판결 이후 아베 총리가 정부 부처에 ‘옛 한반도 노동자’로 쓰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일본 정부는 강제징용과 관련 있는 기업에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 ‘배상도 하지 말고, 화해도 하지 말라’는 취지의 지침을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강제징용 피해 배상 판결과 관련해 자국 기업을 상대로 설명회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유관 부처와 협력해 기업설명회를 열어 일관된 정부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으나 자국 기업에 배상과 화해를 하지 말라는 식이라고 일본 언론들은 보도했다. 기업설명회는 외무성과 경제산업성, 법무성 등 관계 부처가 공동으로 개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정부는 아울러 신일철주금과 유사한 사건으로 제소된 일본 기업 현황 파악을 위해 조사를 시작했다고 NHK방송이 보도했다. 이와 함께 다른 국가와 해외 언론을 대상으로 이번 판결에 대한 일본 정부 입장을 설명하기 시작했다고 산케이신문이 전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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