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오피니언  >  칼럼  >  한마당

[한마당-임성수] 음주운전 국회의원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라고 말한 연예인이 있었다. 2005년 4월, 한 연예인은 음주운전 사고를 일으킨 뒤 앞뒤 안 맞는 변명을 늘어놓았다가 TV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그가 남긴 망언은 지금도 살아남아 음주운전 사고 때마다 소환된다. “음주운전은 실수가 아닌 살인행위”라고 말한 국회의원도 있다. 민주평화당 이용주 의원은 지난달 31일 음주운전으로 경찰에 붙잡혔다. ‘음주는 살인’이라는 강렬한 금언을 남긴 지 고작 9일 만이었다. 혈중 알코올 농도는 0.089%, 면허정지 수준이었다.

이 의원의 음주운전은 13년 전 연예인 음주사고만큼이나 위험천만했다. 통상적인 음주단속에 적발된 게 아니라 서울 올림픽대로를 15㎞가량 비틀대며 운전하다 주변 운전자 신고로 경찰에 잡혔기 때문이다. 신고가 없었다면 인명 사고로 이어졌을 가능성도 있었다. 이 의원의 소신대로라면 살인미수로 봐도 과하지 않다.

이 의원의 음주운전은 연예인 음주사고보다 더 위선적이다. 그는 술에 취해 운전대를 잡기 9일 전 음주운전 처벌 기준을 강화하는 도로교통법 개정법률안, 일명 ‘윤창호법’에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 법안은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뇌사상태인 윤씨를 안타까워하는 친구들의 절절한 호소로 만들어진 법안이다. 아무리 말과 실천이 다른 게 정치인이라지만 이 사례는 정치인의 ‘두 얼굴’을 대표하는 사례로 두고두고 회자될 것이다. 이 의원은 국회의원을 희화화했고, 정치를 불신하게 만들었다.

이 의원은 술이 깬 이튿날 “자숙과 반성의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며 사과했다. 그런데 덧붙인 말이 또 논란을 일으켰다. “저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께서도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본인이 음주운전을 하고선 혀를 차는 국민에게 ‘경각심’ 운운했으니 취중만담 같은 훈계가 아닐 수 없다.

정동영 평화당 대표는 이 의원 사건에 대해 첫 보고를 받은 뒤 “본인이 자숙해야지, 의원 수도 적은 당에서 어쩔 수가 있느냐”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일이 그렇게 넘어갈 수 없게 됐다. 여론은 분노했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의원직 사퇴 등을 촉구하는 청원이 수십 건 올라와 있다. 평화당 당기윤리심판원은 5일 징계회의를 열어 이 의원 징계 여부를 논의한다. 당적박탈 등 중징계가 마땅하다. 국민은 이미 이 의원에 대해 국회의원 면허정지 처분을 내렸다.

임성수 차장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