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96단 4D 낸드’ 개발… 크기 줄고 성능 높였다

SK하이닉스의 96단 ‘4차원(4D) 낸드플래시’ 핵심 개발자들이 4일 충북 청주 M15 공장에서 4D 낸드플래시와 웨이퍼, 4D 낸드플래시를 기반으로 개발 중인 솔루션 제품 등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가 512기가비트(Gb) 용량의 96단 낸드플래시 반도체를 개발했다. 독자적인 기술로 기존 3차원(3D) 낸드보다 개선된 제품을 만들었다는 의미에서 4D 낸드라는 이름까지 붙였다.

낸드는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삭제되지 않는 메모리 반도체다. 평면구조의 2D 제품이 주류였던 시절이 있었지만 2010년대 들어 기술적인 장벽에 부딪혔고, 해결책으로 나온 게 3D 낸드다. 넓은 평면에 세워진 1층짜리 주택 형태였던 반도체를 수직으로 높이 쌓아올려 아파트처럼 만들었다는 의미다. 그중에서도 96단은 업계 1위 삼성전자와 2위 도시바메모리가 올해 양산을 시작한 현존 최고 성능의 낸드플래시 메모리다.

SK하이닉스의 96단 낸드는 기존 자사 제품인 72단 대비 칩 사이즈가 30% 이상 줄었고, 생산량은 1.5배 증가했다. 쓰기와 읽기 성능은 각각 30%, 25% 빨라졌다. 지난달 4일 충북 청주시에 준공한 신규 공장 M15에서 연내 초도 양산에 들어간다.

SK하이닉스는 경쟁사의 3D 낸드보다도 뛰어난 4D 제품을 개발했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4일 “CTF를 기반으로 PUC를 결합한 것은 세계 최초로 경쟁사들과는 다른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CTF는 반도체를 수직으로 쌓아올릴 때 발생하는 간섭 문제를 해결한 기술로, 대부분 메모리 업체들이 3D 낸드에 적용하고 있다. PUC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영역 하부에 주변부 회로를 배치하는 기술이다. 건물의 옥외주차장을 지하주차장으로 구조 변경해 공간효율을 끌어올리는 원리와 비슷하다.

SK하이닉스는 96단 낸드에 적용된 기술을 토대로 차세대 128단 낸드도 개발 중이다. 또 96단 낸드에 자체 개발한 컨트롤러와 펌웨어를 탑재한 최대 1테라바이트(TB) 용량의 소비자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를 연내 선보일 예정이다. 아울러 72단 낸드 기반 기업용 SSD도 내년에 96단으로 전환하고, 차세대 스마트폰용 제품을 내년 상반기에 출시해 모바일 시장을 공략한다.

SK하이닉스는 글로벌 D램 시장에서 30%에 육박하는 점유율로 2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낸드 점유율은 4∼5위에 머물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최신 기술로 개발한 낸드를 무기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중국업체들을 따돌리고, 선두그룹을 바짝 따라잡는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SK하이닉스 낸드마케팅 담당 김정태 상무는 “CTF 기반 96단 제품은 업계 최고 수준의 원가경쟁력과 성능을 동시에 갖춘 제품”이라며 “SK하이닉스 낸드 사업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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