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울지 마라. 우리는 끝까지 함께한다.”
앳된 얼굴들이 지난 주말 서울 광화문 거리로 나와 연대를 외쳤다. 삼삼오오 친구의 손을 잡고 거리로 나선 이들은 정부에 학내 성폭력 전수조사 등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각 중·고교 페미니즘 모임과 전교조 여성위원회,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32개 단체는 학생의 날인 3일 광화문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학내 성폭력 규탄 시위 ‘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 집회를 열었다. 최근 언론에 ‘스쿨 미투’ 사례가 보도된 서울 용화여고와 청주여상, 천안 북일고, 충북여중 등 여러 학교의 학생과 교사, 졸업생 등이 참여했다.
어두운 검정·남색 옷이나 교복을 입은 참석자들은 무대에서 자신이 겪은 성폭력을 고발하고 다른 피해자를 향해 지지 의사를 밝혔다. 서울 시내 고교 2학년생이라 밝힌 한 여학생은 “교내 페미니즘 동아리 친구와 함께 나왔다”며 “점점 함께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집회에는 여학생뿐 아니라 남학생 참석자도 다수 눈에 띄었다. 남고에 다닌다고 밝힌 한 남학생은 “남학생들만 있다 보니 일부 선생님들이 수업 도중 학생들에게 사창가에서 성매매한 경험을 떠벌리거나 여성단체 비하 발언 등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해 참석했다”고 말했다.
집회 참가자는 100명 남짓이었지만 이를 지켜보던 시민들도 대체로 관심을 표하며 지지를 나타냈다. 퇴임을 앞둔 고교 교사라는 여성(60)은 “모두가 알고 있었지만 말할 용기를 내지 못했던 일”이라면서 “이번이 아니면 바꿀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학생들의 주장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지지했다.
광화문광장을 지나던 외국인들도 유달리 많은 관심을 나타냈다. 투자 업무로 한국을 방문한 마가레트 슈람보크(48) 오스트리아 디지털 장관 일행은 현장에서 시위를 지켜본 뒤 “어린 여성들의 권리가 남성과 동등하게 보장받아야 한다”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제자들과 함께 시위에 참석했다고 밝힌 한 고교 외국인 교사(43)는 “용기 있게 행동에 나선 학생들을 응원한다”고 말했다. 시위대는 광화문광장에서 집회를 마친 뒤 서울시교육청으로 약 20분 넘게 행진했다. 시위대는 참석자들의 포스트잇 메시지로 장식한 ‘WITH YOU(당신과 함께)’ 플래카드를 교육청에 걸고 해산했다.
글·사진=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