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를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한 가운데 다른 개인적 신념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경우도 무죄를 선고받을지 주목된다.
4일 대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과 2심에서 모두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은 A씨(22)의 상고심 사건을 심리 중이다. 이 사건은 지난해 9월 대법원에 접수됐다.
A씨는 2016년 10월 현역 입영통지서를 받고도 입영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국가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고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급여를 지급하는 강제징집제도가 위헌”이라고 주장해 왔다. 항소심에서는 “현 징집제도가 모병제라는 대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채택하지 않고 대체복무제라는 선택권이 없다”고 거부사유를 밝혔다.
1·2심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유죄를 선고했다. 양심과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를 인정하지 않은 2004년 대법원 판례를 따랐다.
그런데 대법원은 지난 1일 ‘여호와의 증인’ 신도의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를 무죄로 판단하면서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라면 ‘정당한 거부 사유’로 인정할 수 있으므로 그 신념이 확고하고 깊고 진실한 것인지 심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A씨가 자신의 신념의 깊이와 확고함, 진정성 등을 입증하면 무죄를 선고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다만 대법원은 종교적 병역거부자의 무죄를 선고하면서 그들이 국방의 의무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주목했다. 병역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병역 의무를 이행하는 방법으로 집총이나 군사훈련을 거부하는 것은 최소한의 소극적 양심 행위로 판단하고 그 정도도 보호하지 않는 것은 헌법상 양심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A씨는 ‘강제징집제도가 위헌’이라는 신념을 바탕으로 병역을 거부해왔다. 헌법에 규정된 국방의 의무에 따른 징병제도 자체를 부정하는 신념이다. 대법원이 이 부분에서는 A씨에 불리한 판단을 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