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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구채 잡고 신명나게 놀다보면 덩더쿵이 세계의 리듬 되겠지요”


 
김덕수 사물놀이 명인이 최근 서울 종로구 청계천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14일 미국 인디애나폴리스에서 개막하는 '세계 타악인대회'에서 제자들과 공연할 예정이다. 권현구 기자
 
김덕수 사물놀이패 공연 장면. 사물놀이한울림 제공


사물노리안(samulnorian)이란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지. 사물놀이를 즐기는 사람을 가리키는 신조어다. 사물놀이는 잘 알려졌다시피 꽹과리, 장구, 북, 징의 네 가지 악기로 연주하는 것을 뜻한다. 사물노리안이란 말이 생길 정도로 전 세계인에게 널리 퍼진 사물놀이가 올해 탄생한 지 40년을 맞았다.

이 놀이는 1978년 2월 22일 서울의 한 소극장에서 시작됐다. 김덕수(장구), 김용배(꽹과리), 최태현(징), 이종대(북)는 이날 컴컴한 무대 바닥에 앉아 네 개의 악기를 신나게 두들겼다. 멜로디를 들려주는 태평소도, 몸 재주를 자랑하는 상모재비도 없었다. 관객들은 타악기 주자의 현란한 손놀림과 리듬만으로 역동적인 무대가 나온다는 사실에 전율했다.

사물놀이의 선구자 김덕수(66) 명인을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비바람이 갑자기 몰아치고 우박까지 쏟아진 날이었지만 그는 약속 시간보다 일찍 나타났다. 김 명인은 “우리가 또 약속 하나는 확실히 지키지”라면서 옷자락에 묻은 물기를 툴툴 털어냈다.

다섯 살 때 무동으로 국악에 입문해 지난해 데뷔 60주년을 맞은 김 명인은 “남사당패였던 아버지(고 김문학) 손에 이끌려 우리 놀이판 ‘연희’를 시작했다. 그만두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지만 그 안의 신명에 빠져 결국 나오지 못했다. 70년대는 반정부 집회를 선동한다는 이유로 정부가 풍물패를 탄압하고 거리 공연을 금지했다. 새로운 농악의 형식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때였다. 고민 끝에 농악을 실내 타악 4중주로 만든 것이 사물놀이”라고 했다.

지난해부터 그는 내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내일 일본 투어를 가는데 돌아와선 바로 11월 14일 미국 인디애나폴리스에서 개막하는 ‘세계 타악인대회(PASIC 2018)’에 참가하기 위해 출국한다”고 했다. ‘세계 타악인대회’는 김덕수 사물놀이패에게 뜻깊은 축제다. 82년 이 대회에서 처음으로 전 세계인에게 사물놀이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당시 공연 후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 속에 10여 차례 커튼콜을 받았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세계를 뒤흔든 혼의 소리”라는 찬사를 보냈다. 84년 영국 더럼대에서 사물놀이가 정식 과목으로 채택된 이래 전 세계 50여개국에 사물놀이팀이 생겨났다. 지금은 아프리카나 중남미 오지에서도 사물놀이를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세계화되고 대중화됐다.

김 명인은 “세계 타악인대회 측이 사물놀이 40주년을 기념해 우리를 초청했다. 내가 기른 제자 4명과 함께 무대에 오른다. 후배들에게 사물놀이를 ‘바통 터치’한다는 의미도 있다”며 흐뭇해했다. 그는 93년 한울림예술단을 창단하고 본격적으로 사물놀이를 전수했다. 98년 신설된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연희과 교수로 자리를 옮겨서도 제자를 양성했다. 그 무렵 미국 워싱턴주립대학 교수직 제안도 받았지만 이 땅에서 가르치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에 거절했다고 한다. 사물놀이를 학문적으로 집대성하는 것을 여생의 과제로 삼을 생각이다.

김 명인은 “내 국악 인생 첫 20년은 입문해 배우는 시간이었다. 다음 20년은 전 세계를 다니며 공연하는 것이었다. 그다음 20년은 가르치며 보냈다. 앞으로 남은 20년은 후대를 위해 사물놀이 이론을 체계적으로 정리할 것”이라고 했다. 연주는 이제 하지 않는 것이냐고 하자 그는 손사래를 치며 웃었다.

“연주는 평생 하는 거지. 장구채는 죽을 때까지 놓지 않을 거야”라고 했다. 이어 “자메이카의 ‘레게’도 그 민족 고유 리듬이었지만 지금은 세계적인 음악 장르가 되지 않았나. 내가 하고, 내가 못 하면 제자들이 하고, 계속 연주하면 세계인이 ‘덩더쿵’ 리듬을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의 말대로 ‘덩더쿵’이 레게처럼 된다면 가장 큰 공로자는 김덕수 명인일 것이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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