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미국 중간선거는 처음부터 끝까지 ‘트럼프 선거’였다. 공화당의 선거운동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인극(一人劇)’이나 다름없었다. 이에 맞선 민주당의 유일한 무기도 ‘반(反) 트럼프’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일 전날인 5일(현지시간) “투표용지에 내 이름이 없지만 내 운명은 어떤 식으로든 이번 투표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언론이 이번 선거를 나와 우리에 대한 국민투표로 여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선거운동 중반까지 공화당의 패배가 자신의 패배로 비쳐질까봐 거리두기를 시도했던 트럼프 대통령도 이번 중간선거가 자신의 중간평가라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CNN방송이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도 이런 특징을 여실히 보여줬다. CNN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0%는 ‘이번 중간선거가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한 찬반 응답’이라고 답했다. 42%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반대하기 위해 표를 던질 것’이라고 답했고, 28%는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기 위해 투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응답자의 28%만 ‘트럼프 대통령과 상관없이 표를 던질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 이번 선거를 거치면서 여성들의 ‘트럼프 혐오감’은 더욱 깊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적은 여성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CNN조사에서 여성의 62%는 ‘민주당에 표를 던질 것’이라고 답했다. ‘공화당에 투표하겠다’는 여성 비율은 35%였다. 남성에선 공화당(49%)과 민주당(48%) 지지가 큰 차이가 없었다. 여성 중에서도 백인이 아닌 여성(79%)과 대졸 이상 학력의 여성(68%)에서 ‘반 트럼프’ 정서가 높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평소 언행과 성폭력 의혹이 제기됐던 브렛 캐버노 연방대법관 인준 강행 등이 여성 유권자들에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여성들의 반 트럼프 경향은 2020년 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재선 가도에 엄청난 암초를 만난 셈이다.
그러나 그의 태도에는 변함이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하이오주 유세에서 미투(MeToo) 운동을 비꼬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을 자초했다. 그는 지원유세에 나선 딸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을 소개하면서 “여성에 대해 말할 때 더 이상 ‘아름답다(beautiful)’는 말을 쓰지 못하게 됐다”면서 “이는 정치적으로 부적절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방카가 단상을 내려갈 때는 “똑똑하다(smart)”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급진 민주당이 권력을 잡게 되면 우리 경제와 우리 미래에 레킹볼(건물 철거용 쇳덩이)을 휘두를 것”이라고 거친 공격도 이어갔다.
높아진 사전투표율과 젊은 층의 참여가 선거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CNN은 3100만명이 사전투표를 마쳐 2014년 중간선거의 전체 사전투표자 2200만명을 크게 넘어섰다고 전했다. USA투데이는 특히 조지아주 등 접전지역에서 18∼29세 유권자의 사전투표가 2014년 선거에 비해 최대 400% 이상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