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먼 길 돌아… ‘관계 정상화’ 담판



마침내 미국과 북한이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합의(센토사 합의) 이행을 위한 담판을 갖는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8일 미국 뉴욕에서 고위급 회담을 개최할 예정이다.

미국이 이번 회담에서 센토사 합의 이행을 논의 대상으로 명문화한 것은 북한의 끈질긴 요구를 받아들였다는 측면에서 매우 고무적이라는 게 정부의 평가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측이 비핵화와 연계된 관계 정상화 논의에 돌입하면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고단한 여정이 중대한 전기를 맞게 됐다.

미 국무부는 5일(현지시간) 성명에서 8일 고위급 회담 개최 사실을 전하며 ‘4개의 센토사 합의 사안(four pillars of the Singapore Summit joint statement)’ 진전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시 북·미 정상은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미군 전쟁포로 유골 송환 등 4개 사안에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북·미는 실무협상에서 난항을 거듭했다. 북한은 미군 유해 송환을 완료했고,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등 합의 외 비핵화 조치를 이행했음에도 미국이 관계 정상화에 나서지 않는다며 불만을 터트렸다. 정부 관계자는 6일 “북한이 종전선언을 강력히 요구한 것은 종전선언 그 자체보다는 미국도 관계 정상화 의지를 보이라는 압박이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미국은 선(先) 비핵화 조치를 요구하며 강경 자세로 돌아섰다. 북한에 대한 불신, 대북 군사 옵션 지렛대 상실에 대한 반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미국 행정부 관리들의 반대가 극심했다. 북·미 협상이 교착되면서 ‘톱다운’ 외교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평가까지 나오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북·미 고위급 회담 개최 사흘을 앞두고 미국이 센토사 합의 진전을 위한 논의를 하겠다고 공식화한 것이다. 고위급 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북한의 비핵화 로드맵과 미국의 연락사무소 설치 등 관계 정상화 방안에 합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누구보다 청와대가 즉각 환영 입장을 내놓았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미국이 센토사 합의 진전 방안을 논의한다고 밝힌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이번 회담은 2차 북·미 정상회담 일정 논의와 더불어 (북·미 간) 비핵화 관련 합의가 나올 것인지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은 합의문 중 3항과 4항인 한반도 비핵화와 미군 유해 송환 문제가 중점적으로 논의돼 왔다면 미국 중간선거 이후 새로운 정세 속에서 1항(관계 정상화)과 2항(항구적 평화체제 정착)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지지부진했던 북·미 협상이 모멘텀을 맞으면서 청와대의 비핵화 스케줄도 다시 빨라지고 있다. 청와대는 그동안 부정적이었던 남·북·미 실무진 간 종전선언도 타진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대통령 비서실 등에 대한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실무급 종전선언 합의도) 형식적으로 상당히 오픈돼 있다. 여러 가지 방안이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가급적 약속한 대로 올해 안에 종전선언이 가능하도록 협의 중”이라고 강조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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