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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기에… ‘미군 넘버1’이 주한미군 주둔 변화 발언





조지프 던포드(사진) 미국 합참의장이 5일(현지시간) “시간이 흐르면서 북한과의 협상은 우리가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태세(military posture)를 변화시켜야 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맥상 비핵화 진전에 따라 주한미군 주둔을 비롯한 여러 안보 이슈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는 원론적인 얘기를 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기가 예사롭지 않다. 8일 북·미 고위급 회담을 앞두고 미 합참의장 입에서 주한미군 변화로 해석될 만한 발언이 나온 것 자체를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시각이 적지 않다.

던포드 의장은 미 듀크대에서 열린 포럼에 참석해 “솔직히 말해 우리가 외교 트랙에서 더 성공할수록 군사 영역에서는 더 불편해질 것”이라며 군사 태세 변화를 거론했다. 그는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외교적 노력을 지지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강조한 뒤 이 말을 덧붙였다. 미 합참의장은 대통령과 국방장관의 국방 분야 수석자문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말의 무게가 가볍지 않다.

이날 발언은 미리 준비한 연설문이 아닌 사회자와 질의응답을 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6일 “한반도에서의 군사 태세는 한·미 연합훈련부터 주한미군 주둔까지 아우르는 폭넓은 주제”라며 “지금 시점에서 이 문제를 심도 있게 검토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다양한 이슈들이 제기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핵화 협상 전 북한에 체제안전 보장 관련 신호를 보낼 필요가 있었다면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나서는 게 자연스럽다.

미 정부 내에서 주한미군 관련 언급은 이미 수차례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북한에 어떤 체제안전 보장을 제공하겠느냐’는 질문을 받고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고 싶다”고 답했다. 여기엔 주둔비용 부담에 대한 불만이 깔려 있지만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구축 과정에서 이 문제를 다루겠다는 뜻도 담겨 있다.

주한미군의 규모와 역할, 지위를 조정하는 문제는 평화협정 체결과 직결돼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9월 대북 특사단에게 “종전선언과 주한미군 철수, 한·미동맹은 아무 상관이 없지 않냐”라며 종전선언 반대론자들을 겨냥한 메시지를 내놨지만, 평화협정 추진 단계로 들어서면 미군 철수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평화협정으로 가는 입구로서 연내 종전선언을 목표로 하고 있는 우리 정부 입장에선 주한미군 문제가 불거지는 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로이터통신은 “북한이 추진하는 종전선언이 한·미동맹을 갈라놓고 2만8500명의 주한미군 철수를 끌어내기 위한 술책일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보도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던포드 의장의 발언이 주한미군 지위 변경을 의미하느냐는 질문에 “정확한 의미가 무엇인지 파악하기 어려워 코멘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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