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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넘어 세상 밖 테러, 美 극단주의 살벌한 반란



소셜미디어(SNS)와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가 미국에서 극단주의 세력을 키우는 온상이 되고 있다. 극단주의자들은 온라인상에서 여성, 소수민족 등을 겨냥한 증오와 혐오를 선동하는 것을 넘어 집 밖으로 나와 총기 난사 등 각종 테러 범죄까지 자행하는 데 이르렀다. 최근 들어 미국에서 발생한 대형 테러 사건 범인들은 SNS에서 극단주의 사고방식을 접하고 내면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경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혐오 정서를 퍼뜨리는 상황에서 인터넷 극단주의 세력이 더욱 자신감을 갖고 활동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초기에 대표적 인터넷 극우 인사인 스티브 배넌을 최측근으로 기용하기도 했다.

범죄로 치닫는 혐오

40대 백인 남성 로버트 바우어스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간) 피츠버그주 엘러게이니카운티 ‘트리 오브 라이프(Tree of Life)’ 유대교 회당에서 총을 난사해 11명을 숨지게 했다. 바우어스는 극우 성향 소셜미디어 ‘갭닷컴(Gab.com)’을 자주 이용하며 “(유대인들이) 우리 국민을 살육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다” “유대인은 사탄의 자식” 등 과격한 표현을 서슴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바우어스는 범행 직전까지 갭닷컴에 유대인 혐오 문구를 올리기도 했다.

갭닷컴은 백인 우월주의자, 신나치주의자 등 미국 주류사회에서 배척받는 사람들을 위한 소셜미디어를 표방하고 있다. 갭닷컴은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기존 SNS에서 차단당한 극단주의 성향 이용자를 받아들여 세를 크게 불렸다. 갭닷컴 측은 “온라인상에서 모든 사람을 위해 표현의 자유와 개인적 자유를 수호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그 배후에는 백인 우월주의자와 극우 세력이 존재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등 유력 민주당 인사와 CNN 뉴욕지부에 폭발물 소포를 보내려다 미수에 그친 시저 세이약도 SNS상에서 극단주의를 접한 것으로 추정된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세이약은 2016년까지만 해도 SNS에 자기가 먹은 음식과 좋아하는 스포츠, 속옷 입은 여성 등의 사진을 주로 올려 왔다. 하지만 이후 오바마 전 대통령과 클린턴 전 장관을 음해하는 음모론, 이슬람국가(IS) 관련 언론 보도 등을 집중적으로 올리기 시작했다.

세이약은 유튜브에 ‘버락 오바마는 적그리스도다. 여기 100%짜리 증거가 있다’는 제목의 동영상을 올렸다. “사탄은 미국을 파괴하기 위해 오바마를 보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세이약이 이렇게 급변한 시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행보를 본격화한 때와 겹친다. 트럼프 대통령의 극단적 언행이 세이약의 정신에 어떻게든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이유다.

인터넷상의 여성 혐오도 테러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월 20대 캐나다 청년 알렉 미나시안은 토론토 시내에서 승합차를 몰고 인도를 질주해 10명을 숨지게 했다. 사망자 중에는 우리 국민도 2명 포함돼 있었다. 수사 초기에는 범행 수법으로 미뤄 IS 등 이슬람 극단주의를 추종하는 ‘외로운 늑대’의 소행이라는 추측이 제기됐었다. 하지만 미나시안이 평소 SNS에 여성 혐오 게시물을 올려 왔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여성을 겨냥한 테러 쪽에 무게가 실렸다.

미나시안은 온라인상에서 자신을 ‘인셀(incel)’이라고 지칭했다. 인셀은 여성과 관계를 맺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비자발적 독신주의자’를 뜻하는 말로, 남성 중심의 극단주의 성향 사이트 ‘4채널’ 등에서 주로 쓰인다. 이달 초 플로리다주의 요가학원에 들어가 여성 2명을 총으로 쏴 숨지게 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스콧 폴 베이얼 역시 평소 인터넷에 여성 혐오 게시물을 올려온 인셀이었다.

혐오에 물든 SNS, 금기를 무너뜨리다

SNS는 2011년 미국 금융자본에 대항한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 아랍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재스민 혁명’을 촉발하면서 민주주의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됐었다. 하지만 최근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은 SNS가 민주주의를 무너뜨리고 사회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데 악용될 수도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SNS는) 음모론자들의 주장을 선전하는 데 신문과 방송 등 아날로그 매체보다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가디언은 “사람들은 SNS에서 자기 생각과 맞는 주장만 받아들이고 SNS 업체들은 극단적 주장을 담은 콘텐츠에 경제적 보상을 제공하고 있다. 이 둘이 결합되면서 유대인 총기 난사 사건이라는 일종의 ‘퍼펙트 스톰’(초대형 복합 위기)이 생겨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인터넷과 SNS에 혐오가 범람하면서 지금까지 금기시됐던 언어 표현과 상징물도 오프라인에서 공공연히 쓰이고 있다. 미국 극우 성향 인터넷 사용자들은 나치 독일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를 찬양하는 상징으로 ‘88’이란 숫자를 쓴다. ‘하일 히틀러’(Heil Hitler·히틀러 만세)의 앞 글자 ‘H’가 알파벳에서 여덟 번째이기 때문에 8 두 개를 겹쳐 은어를 만들었다. 켄터키주의 한 총기 관련 행사에서는 나치 문양과 백인우월주의 단체 ‘쿠 클럭스 클랜(KKK)’ 상징물이 그려진 속옷과 크리스마스 장식 등이 판매돼 논란이 일었다. 지난달 말 미시시피주의 핼러윈 행사장에서는 KKK 복장을 한 남성이 역시 인종차별주의 상징인 남부군 깃발을 들고 나타났다가 시민들과 갈등을 빚었다.

폭스뉴스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운 뒤 NBC로 옮겼던 스타 언론인 메긴 켈리는 “백인이 핼러윈 때 ‘블랙페이스(Blackface·흑인 분장)’를 하는 게 왜 인종차별이냐”고 말했다가 격렬한 비난을 받고 사퇴했다. 블랙페이스는 노예제가 시행되던 19세기에 백인이 흑인을 조롱하던 풍습에서 비롯된 것으로, 현대에는 인종주의적 행위로서 금기시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악화된 데는 트럼프 대통령의 책임도 적지 않다는 비판이 많다. 트럼프 대통령은 극단주의 테러가 발생할 때마다 비난 성명을 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백인우월주의를 은근히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자들을 잃지 않기 위해 일부러 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레딧’ 등 남성 중심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신(神) 황제(God Emperor)’ ‘아버지(Daddy)’ 등으로 불리며 맹목적 숭배의 대상이 되고 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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