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어디서, 누구를 찍은 사진인지는 적혀 있지 않다. 히말라야 산맥 아래에 자리 잡은 마을이거나 남미 대륙 어딘가에서 셔터를 누르지 않았을까 짐작할 뿐이다.
저 사진이 담긴 페이지에는 ‘친구’라는 제목이 달린 짤막한 글이 등장한다. “친구는 무너질 듯 힘들고 희망을 잃었을 때 내 인생의 좋았던 것을 기억해주는 이다. 가끔 스스로를 충분히 믿지 못할 때, 그럴 때조차 나를 믿어주는 이다.” 그렇다면 사진 속 세 여인은 모두 친구인 걸까. 그렇다면 저들은 얼마나 오랫동안 서로를 의지하면서 추억을 쌓아왔을까.
‘내 마음의 빈 공간’에는 저렇듯 멋진 사진이 책장을 넘길 때마다 등장한다. 저자는 한국을 대표하는 사진작가 중 한 명인 조선희(47). 그는 20년 넘게 찍은 사진 중에서 독특한 분위기를 띤 작품들을 골라 책에 담았는데, 그가 쓴 짤막한 에세이도 비중 있게 실려 있다.
조선희는 자신에게 글쓰기란 “나를 치유하는 행위”였다고, “흘러가 버리는 내 심장의 독백을 담아두는 저장고”였다고 적었다. 책장을 넘기고 있노라면 진솔하고 담백하게 써 내려간 글에서 사진작가로 전투하듯이 살아온 저자의 삶을 엿보게 된다.
“난 언제나 꿈꾸는 청년이다. 이리 살아도 한세상 저리 살아도 한세상이 아닌 나만의 세상을 꿈꾸는 청년. 내 심장이 시퍼렇게 멍이 들어 온통 보랏빛이어도 난 여전히 청년이고 싶다. …청년은 아프다. 나는 늘 아프다. 아프지 않은 난 죽은 나 같다.”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