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이 6일(현지시간)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에 하원을 넘겨주면서 첫 임기 후반기를 맞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운영은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반(反)이민과 추가감세 정책 등을 밀어붙이기가 쉽지 않아지는 등 트럼프의 ‘마이웨이’는 날개가 꺾일 전망이다.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게 된 만큼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과 법률 등은 지금까지와 달리 의회 내에서 민주당 견제를 받을 수밖에 없다. 상원은 공화당이 유지하게 됐지만, 하원도 각종 법률·예산안 심의, 증인 소환 등 강력한 권한을 갖는다. 예산편성권과 자료제출권도 가지고 있다. 또 상정된 법안을 다룰 위원회를 결정하는 권한을 가진 하원의장(현재 공화당 소속 폴 라이언) 역시 민주당으로 넘어간다. 하원의장은 대통령, 부통령에 이은 미국 내 3인자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과 법안이 힘을 받기 위해선 의회 승인과 예산 배정이 필수적이지만, 이를 위한 첫 단계인 하원에서 강한 견제를 받게 된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오바마케어 폐지 등은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이번 선거운동은 내내 트럼프 대통령의 ‘원맨쇼’로 치러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막판에 점화시킨 반이민 이슈는 성공과 실패를 함께 가져왔다고 뉴욕타임스(NYT)는 평가했다. 반면 반이민 이슈는 백인 유권자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인디애나주에서 상원의원을 되찾아오는 데 기여한 측면도 있다.
공화당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원망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사상 최저 실업률 등 유례가 없는 경제 호황만 강조해도 됐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과격한 발언을 수시로 던지며 유권자들의 반감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그는 선거 전날인 5일에도 “더 많은 캐러밴(중미 이민자 행렬)을 원한다면, 민주당을 찍으라”고 주장했다.
미국 의회의 공화당 독점체제는 깨졌지만 트럼프 행정부와 민주당이 협치를 시도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은 상대방을 굴복시키기 위해 ‘강 대 강’ 대치를 할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2020년 정권 탈환의 자신감을 얻은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공세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 스캔들’ 수사 등 트럼프 대통령 약점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고, 강경파를 중심으로 ‘트럼프 탄핵’ 요구가 분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일방주의 노선을 고수할 가능성이 크다. 스타일을 바꾸진 않을 것이란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뒤 트윗을 통해 “민주당이 하원에서 우리를 조사하려 한다면, 우리는 민주당의 기밀 누설을 상원에서 조사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놨다.
트럼프는 또 정계 은퇴를 선언한 공화당 소속 폴 라이언 하원의장 때문에 하원을 내줬다고 그를 비난했다고 CNN방송이 보도했다. 백악관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은 라이언에게 화가 많이 나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이택현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