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미국 중간선거는 여풍(女風)이 가장 강력했던 선거로 기록될 전망이다.
7일 오전(현지시간) 기준으로 여성 연방 하원의원 당선인 수는 전체 435명 중 92명으로 역대 최다 규모다. 100명까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지금까지 기록은 84명이었다. 이례적으로 많은 여성 하원의원이 탄생하면서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는 여성 당선인도 다수 나왔다. 텍사스주에선 첫 여성 히스패닉 출신으로 베로니카 에스코바르와 실비아 가르시아 민주당 후보가 하원의원에 당선됐다. 캔자스주와 뉴멕시코주에서는 인디언 출신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샤리스 데이비스와 데브 할랜드 민주당 후보가 각각 하원의원에 선출됐다. 할랜드는 “70년 전 투표권도 주어지지 않았던 인디언 출신인 내가 뉴멕시코주를 대표하는 사람이 될 줄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역사상 처음으로 무슬림 여성 하원의원 2명이 나오기도 했다. 팔레스타인계 이민자 2세인 라시다 틀레입 민주당 후보는 미시간주 13선거구에서 공화당 경쟁후보 없이 입후보해 80% 이상을 득표했다. 그는 2016년 대선 당시 디트로이트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방해한 혐의로 체포된 전력이 있다.
소말리아 난민 출신 일한 오마르 민주당 후보는 미네소타 5선거구에서 70% 이상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오마르는 소말리아 출신으로는 최초로 미 의회에 진출하게 됐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미국에서 무슬림계 이민자 공격이 증가하는 것이 출마를 결심한 계기”라고 말했다.
최연소 여성 하원의원도 탄생했다. 만 29세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즈 민주당 하원 후보는 뉴욕주 14선거구에서 80%에 가까운 득표율로 당선됐다. 기존에는 30세에 하원에 진출한 앨리스 스테파니가 최연소였다. 레스토랑 종업원 출신이라는 특이한 이력을 가진 코르테즈는 경선에서 10선 의원인 조 크롤리를 꺾는 이변을 연출했었다.
조지아주에서 사상 첫 여성 흑인 주지사에 도전했던 스테이시 에이브럼스 민주당 후보는 결국 낙선했다. 최대 격전지인 이곳에서 그는 득표율 48%로 브라이언 켐프 공화당 후보(51%)에게 뒤졌다.
민주당이 8년 만에 하원을 탈환한 데에는 여성 유권자들의 적극적인 투표 참여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론조사업체 입소스의 설문조사 결과 여성 응답자의 55%가 하원 선거에서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2014년 중간선거 여론조사 때 이 비율은 49%에 그쳤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