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피즘’(Trumpism·트럼프주의)에 제동이 걸렸다. 6일(현지시간) 실시된 미국 중간선거에서 여당인 공화당은 상원을 수성했고, 야당인 민주당은 8년 만에 하원을 되찾았다. ‘분노의 선거’로 불리며 미국을 둘로 갈라놓았던 중간선거에서 미 국민들은 의회 권력 분점을 택했다.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완승이 아닌 ‘절반의 승리’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에도 큰 변동은 없을 전망이다.
이번 중간선거는 4년 임기의 반환점을 맞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중간평가 성격을 띠고 있었다. 민주당의 하원 승리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운영 동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백악관과 상·하원을 장악했던 공화당 독점체제를 깨면서 민주당은 2020년 대선 승리의 기틀을 마련했다.
7일 오전 8시30분 현재(미 동부시간, 한국시간 7일 오후 10시30분) 민주당은 전체 435명의 의원을 뽑는 하원 선거에서 최소 222석을 확보했다. 하원 과반(218석)을 이미 차지한 것이다. 공화당은 199석을 얻었다.
전체 100석인 상원에선 공화당이 51석으로 과반을 얻었다고 CNN방송은 보도했다. 민주당은 45석을 확보했다. 4개 선거구에선 개표가 마무리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개표가 진행되던 6일 밤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오늘밤 굉장한 성공을 거뒀다. 모두에게 감사하다”고 밝혔다. 정치적 시험대에서 하원을 잃었으나 상원을 지켰기 때문에 패배라는 평가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도가 담겼다.
CNN방송도 이번 선거 결과와 관련해 “‘블루 웨이브’(민주당 바람)가 불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반(反)트럼프’ 기류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으나 민주당이 상원을 탈환하지 못한데다 하원에서도 압승을 거두지 못한 점을 지적한 것이다.
하원 패배로 트럼프 대통령의 기세는 한풀 꺾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그는 이번 선거가 패배라는 평가를 받아들이지 않고 마이웨이 행보를 고수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언론들은 “공화당이 하원을 잃은 것은 트럼프 대통령 책임이 크지만 상원을 지킨 것도 트럼프의 고정 지지층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과 정면충돌을 불사하는 공격적인 노선을 유지하면서 반전을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화당은 50개주 중 36개주의 지사를 뽑는 선거에서도 4개주의 지사를 잃으며 고전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공을 들인 플로리다주와 조지아주에선 승리를 거뒀다.
민주당은 하원 승리를 통해 기사회생의 전기를 마련했다. 민주당은 2020년 대선에서 정권 탈환을 목표로 트럼프 대통령을 거세게 몰아붙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중간선거로 형성된 권력 분점 체제가 미국 정치의 불안정성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과 기력을 회복한 민주당 간 본격적인 혈투는 이제 막이 올랐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